[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아직은 중요한 상황에서…"
때론 리더는 냉철해야 한다. 정에 이끌리다 큰 일을 망칠 수 있다. 자칫 잘못된 배려가 오히려 조직원에 해가 될 수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16일 삼성전 '서예일 교체'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을 앞두고 전날 삼성전 4회 1사 만루에서 서예일을 교체한 이유에 대해 묻자 "젊은 선수들이 타석에서 안타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중요한 상황에서 볼카운트 싸움 등이 쉽지가 않다. 지금은 대타 교체가 많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9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서예일은 전 타석인 3회말 1사 후 중전 안타를 날린 뒤 박해민이 방심하는 사이에 2루로 달려 세이프 됐다. 센스 있는 주루플레이였다. 이후 서예일은 정수빈의 희생플라이 때 팀의 득점을 올렸다. 발과 센스로 만들어낸 선취점이었다. 표정이 싱글벙글 변했다.
모처럼 활약에 들떴다. 다음 이닝인 4회 빅 찬스가 걸렸다. 인생 최고의 날이 될 수 있는 기회. 배트를 들고 나가려던 차에 제동이 걸렸다. 교체 지시였다.
뻘쭘해진 서예일은 그래도 밝은 표정으로 벤치에서 응원을 펼쳤다. 자신 대신 나간 국해성이 2타점 적시타를 치자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2016년 2차 6라운드 56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서예일은 지난해 까지 60경기 출전이 전부인 신예다. 패기와 센스가 있지만 클러치 상황에서 상대 배터리의 수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김 감독의 판단이었다. 교체 지시를 내린 김 감독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덕아웃에 앉아 아쉬워 하고 있는 서예일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성공 여부를 떠나 김태형 감독의 판단은 적절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점수 차를 벌리는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서예일에게도 더 큰 간절함을 불어넣은 선택이었다.
부임 이후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냉철한 승부사. 김태형 감독 다운 판단이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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