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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은 '죄를 밝혀달라' 호소했지만, 사망 이후 사나흘간 사망사건 관련 '뉴스 한 줄' 나오지 않았다. '쉬쉬'거리는 분위기였다. 고인이 지난 2월부터 꾸준히 경주시청, 대한체육회 등에 감독, 팀닥터, 선배들의 가혹행위를 신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고인은 팀닥터로 불리는 의료봉사자의 구타, 경주시청 감독의 구타 방조, 선배들의 구타 및 욕설, 금품 요구 및 수수 등을 주장하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고, 폭력 의혹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한 이들의 음성녹음 파일도 제출했다. 지난 4월 7일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제출한 신고서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철저히 조사하시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엄벌에 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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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선수출신 이 용 국회의원(미래통합당)이 이 사건을 세상에 공개한 뒤에야 '죄를 밝히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 정부, 국회, 체육계에서 폭력 의혹 사건을 파헤치고 책임소재를 파악하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같은 날 경주시체육회가 인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을 직무정지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선배 2인, 팀닥터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사건 관련 '스포츠 인권'을 언급하면서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사로 번져나갔다.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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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적지상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비인기 종목의 폐쇄성이 낳은 사건, 그에 따른 특정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로 이 사건을 끝맺어선 안 된다. '악마'는 어디에나 있다. 그 '악마'를 없애는 건 개인의 인내, 주변의 도움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죄를 지어도 '20만~30만 원 벌금'만 내면 된다면 가혹행위의 심각성을 깨닫기 어렵다. 지금 이 순간 도움을 원하는 선수들을 숨 쉬게 해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4월 발족한 스포츠인권기구 '스포츠윤리센터'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 고 최숙현 사건이 가해자들의 처벌과 함께 관심에서 멀어져선 안 되는 이유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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