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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이적후 환상 첫AS' 서른살,홍철 "에이징 커브라는 악플에..."[진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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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에 '에이징 커브(Aging curve)'라는 댓글은 정말…."

'울산의 왼쪽 풀백' 홍 철(30)이 광복절 동해안 더비 첫 도움 후 남모를 마음고생을 웃으며 털어놨다. '에이징 커브'란 선수가 일정 나이에 도달해 운동 능력과 기량이 급격히 꺾이는 시기를 의미한다.

홍 철은 지난 5월 17일, K리그1 2라운드 수원-울산전에서 발목을 다쳤다. 7월 초, 울산 입성 후 죽을 힘을 다해 몸을 끌어올렸지만 100%를 선보이기까진 절대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2일 14라운드 부산 원정, 12경기만에 선발로 나섰다. 경기 후 충격적인 댓글을 마주했다. "사실 댓글을 잘 보지 않는다. 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다. 그런데 '에이징 커브'라는 댓글은… 정말… 이제 내 나이 겨우 서른인데…." 선수는 실력으로 말한다. 이를 악물었다.

홍 철은 지난 여름 정든 수원 삼성을 떠나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성남 풍생중고 시절부터 '에이스'였던 그는 성남 일화(2010~2012시즌), 수원 삼성(2013~2020시즌)에서 늘 주전이었다. 그랬던 그가 나이 서른에 '호랑이굴'을 제 발로 찾아들었다. "거울을 보니 안주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변화와 도전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 국가대표 선배 박주호는 물론 정동호 데이비슨 설영우 등과의 주전 경쟁을 자청했다.

15일 K리그1 16라운드 포항과의 올 시즌 두 번째 동해안 더비, 김도훈 감독의 선택은 홍 철이었다. 전반 내내 후방에서 비욘 존슨, 정승현의 머리를 겨냥한 왼발 크로스는 위협적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고명진 이청용이 함께 왼쪽으로 움직였다. 홍 철의 왼쪽은 더욱 매서워졌다. 후반 8분, 홍 철의 왼발이 번뜩였다. 고명진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후 특유의 스피드로 엔드라인까지 뚫어낸 후 골문 앞 김인성을 향해 환상적인 컷백 패스를 찔러넣었다. 김인성이 골망을 흔들며 환호했다. 홍 철의 울산 입성 후 첫 도움, 짜릿한 골이었다. "원래 후방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김도훈)감독님은 풀백으로서 더 발전하려면 앞으로 치고 나가서 더 높은 위치에서 공격적 크로스를 올려야 한다고 주문하신다"고 했다. "후반에 (고)명진이형이 왼쪽으로 오면서 2대1로 주고받으면서 한번 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말한 대로 됐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그 장면이 바로 홍 철을 데려온 이유"라고 했다.

김 감독은 성남 일화 수석코치 시절부터 지켜봐온 '애제자' 홍 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아직 멀었다. 그런 좋은 장면이 90분 내내 나와야 한다. '국가대표' 홍 철인데 더 잘해야 한다. 왼쪽에서 활동량, 스피드, 크로스, 공격적인 부분 등을 모두 가진 선수다. 내 눈엔 아직 반도 안보여줬다"고 평했다. 홍 철에게 '감독님'의 혹평(?)을 귀띔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칭찬보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게 더 좋다. 감독님은 저를 어릴 때부터 보셨고, 다른 팀에서 성장하는 모습도 보셨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서, 더 보여달라는 뜻"이라며 '이심전심' 답변을 내놨다.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에 와서 처음에 몸은 50%인데 120%를 하려니 힘들었다. 자신감이 넘쳐서 왔지만 마음처럼 안돼서 다운될 때도 있었는데, 주변 선후배들이 도와줬고, 감독님께서 기다려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팀을 위해 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기회가 되면 앞으로도 열심히 올라가겠다. 제가 안했던 것들이니까…. (크로스를) 뒤에서도, 앞에서도 다 올리고 싶다. 옆에 (신)진호형처럼 좋은 선수들이 커버해주기 때문에 믿고 자신있게 올라갈 수 있다."

울산 풀백 홍 철의 부활은 대한민국 대표팀을 위해서도 잘된 일이다. 홍 철에게 K리그 현역 최고의 왼쪽 풀백을 물었다. "대표팀에서 경쟁하는 (김)진수와 (박)주호형"이라고 즉답했다. "진수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북이 계속 우승하면서 경기력도 계속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주호형은 같은 팀이지만 분명 저보다 좋은 선수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을 하되 누가 나가든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주호형이 선발로 나가면 나는 묵묵히 뒤에서 준비한다. 내가 나가면 분명 주호형도 그럴 것이다. 우린 우승을 바라보는 팀이다. 누가 나가도 주전"이라고 했다.

7시즌 반을 주전 경쟁 없는 수원에서 뛰다 '호랑이굴'에 들어온 후 후회한 적은 없을까. 홍 철은 "후회는 없다"고 했다. "프로 11년차에 처음 이런 경쟁을 겪는다. 기다림이 있고, 앞으로도 기다려야 할 시간들이 있다. 매경기 더 집중해야 하고 더 잘해야 할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걸 매순간 느끼고 배운다. 대표팀에서 느끼던 기분을 울산에서 느낀다. 형들도 나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다함께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축구하기 딱 좋은 나이' 서른에 거침없는 도전을 선택한 홍 철에겐 바로 오늘이 전성기다. 기술은 무르익었고, 체력은 여전하며, 축구와 세상을 보는 눈도 트였다. 위도 아래도, 앞도 옆도 뒤도 보인다. 그런데 '에이징 커브'라니…, 악플도 때론 힘이 된다. 선수는 결국 실력으로 말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