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악역'에 갇혀 최승윤의 진짜 얼굴을 못 봤었다. 이제는 그의 진짜 얼굴을 발견하는 맛이 있을 전망.
최승윤은 2014년 '엄마의 정원'에서 중구 역을 맡아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뒤 영화 '연애의 맛'(2015), '도시체험'(2016), '텐더 앤 윗치'(2017) 등에서 얼굴을 알렸다. 또한 OCN '라이프 온 마스'(2018)와 '보이스3'(2019),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2019)에서 얼굴을 비췄고, '삼촌은 오드리헵번'(2019)에서 파격적인 트렌스젠더 연기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던 바 있다. 또 올해는 tvN '메모리스트'부터 OCN '트레인'(박가연 극본, 류승진 이승훈 연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트레인'은 최승윤이 도전한 첫 주연작. 살인사건이 있던 밤, 순간의 선택으로 갈라진 두 개의 세계에서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연쇄살인에 개입하는 형사의 평행세계 미스터리를 그린 드라마다. 최승윤은 극중 한서경(경수진)의 정신과 주치의이자 연쇄살인의 진범인 석민준 역을 맡아 서도원(윤시윤)과 대립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소름 돋는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을 분노케하기도 했고, 최종회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결말로 충격을 자아냈다.
최승윤은 최근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고 종영 소감을 털어놨다. 최승윤은 "아쉽지만 뿌듯하다. 잘 끝마치기도 했고, 제가 중요한 역할로 큰 문제 없이 요즘 정서상 코로나든 뭐든 걱정이 많았는데 뿌듯하고 감사하다. 무사히 끝난 것이. 총 촬영 기간은 5~6개월이었는데 저는 한 달 반정도 찍었다. 스케줄이 다 몰려 있었기 때문일까. 조연급 역할을 할 때는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 공연할 때나 어릴 때 연기할 때도 몰랐던 '목이 쉰다'거나 그런 증상이 있었다. 하루에 여러 신을 몰아서 찍고 중요한 감정신이 많아서 목이 상하더라. 내가 배우로서 이런 관리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경험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트레인'은 최승윤이 맡은 첫 주연급 작품.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연기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12부작 긴 작품에 주연으로 합류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단다. 최승윤은 "부담감이 많았다. 맡겨주신 것에 대한 부담감이 첫 번째고 그 다음이 지나가고 나니 부담이 더 됐다. 악역을 계속 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또 어떤 모습의 악역을 보여줘야 할지에 대해 부담감과 고민이 많았고 그 부담감 때문에 준비를 더 많이 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 부담감 때문에 체중도 6kg이나 감량했다는 그다. 최승윤은 "살도 많이 뺐고 운동을 해서든 식단 조절을 해서든 더 찌면 안된다고 느낀 것은 배우는 누구나 다 한 인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잘생기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데, 저는 그건 전혀 상관이 없고 내가 이번엔 좋은 직업군이지만, 속 안에 악마의 기질을 갖고 있을 때 날카로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얼굴에 살이 빠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조절을 했다. 드라마 최초 시작할 때보다 5~6kg 더 빠졌다. 어쩌면 더 힘들었을 수 있다. 정상 컨디션에 정상적으로 식단을 먹을 수 있었다면 잘 버텼을텐데, 제가 특히 악역을 하면서 느낀 것은 계속 그 상태를 평소에도 유지하려 하다 보니까 식단이나 이런 게 예민해지더라. 소화작용도 떨어지고 그래서 더 빠진 것도 있다"고 말했다.
최승윤이 연기한 석민준은 유독 감정 연기가 많았던 캐릭터다. 어머니인 오미숙(이항나)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악행을 거듭하는 인물. 최종회까지 이어진 그의 감정 연기 덕분에 석민준은 '이해할 수 있는 악역'으로 완성됐다.
최승윤은 "그렇게 보이려고 하지 않았던 장면들도 제 안에 엄마와의 아픔들, 인정받으려는 악한 기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상태를 놔버리지 않고서 아닌 척을 해서 신경이 곤두서있었다"며 "이전 악역할 때도 그랬는데 느낀 건 말수가 확 줄고, 당연히 제 주변 지인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사람들을 좀 꺼렸다. 제가 거친 모습이 언행에 보일까봐. 이전에 제가 다른 악역을 할 때도 제 주변 가까운 친구들이 그러더라. '요즘 바뀐 거 같다'고 '까칠하다'고. 일부러 사람들을 더 안 만나고 그랬다. 혼자있는 시간을 갖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몰입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배우인데 빠져나올 때 금방 나온다고 생각했는데도 잔상이 남나 보더라. '원래 네 모습과 좀 달라'라고 하는 거 보니까 잔상이 남아 있나 보다. 몰입하는 시간이 몇 달간 준비를 하니까. 빠져나오는데도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 이전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마지막 촬영 끝나자마자 지인들 만나러 다녔고 제가 정상 컨디션 회복하기 위해 방법을 알게 됐다. 역할의 롤이 이전보다 중요한 역할을 주셔서 여운이 있다. 내가 더 잘하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여운"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석민준은 최승윤에게는 아픈 손가락 같은 악역. 그동안 '라이프 온 마스'나 '보이스3', '메모리스트' 등을 통해 숱한 악역을 그려왔던 그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불쌍한 애'로 기억되기를 바랐다고. 최승윤은 "이 작품을 주비할 때의 바람은 이번엔 뻔한 살인마가 아닌, 사연도 있고 아픔이 있는 모습이 잘 그려지길 바랐고 정말 나쁜 놈이지만, 그래도 보시는 분들의 가슴에는 '얘 참 불쌍한 애'라고 기억되길 바랐다"며 "12화까지 다 끝나고 보니까 그런 부분이 잘 새겨진 거 같더라. 다행히도. 전에는 무조건 나쁜놈이라고만 했는데 보셨던 분들은 '안타깝다'고 하더라. 최후를 맞는 장면들이 충격적이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엄마를 마지막회에 죽이려고 했던 장면은 이전엔 살인을 쾌락처럼,엄마에게 인정을 받으려고했던 것이었다면, 엄마를 죽이려 할 때 만큼은 '나는 사랑받고 싶었는데'라는 마음이 보였다. 실제로 촬영을 하는데도 마음이 참 아팠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승윤은 수많은 악역을 섭렵한 배우. 이제는 '악역 전문'이자 '살인 연기 전문'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실제로는 고운 외모에 온화한 성격을 가졌지만, 촬영에만 돌입하면 무지막지한 살인마로 돌변하는 연기력이 놀라울 정도. 최승윤은 "저는 감사하고 좋지만, 주변에서 우려를 많이 하신다. 저부터도 사실은 제 안에 다른 모습이 많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욕심이 있기도 하다" 며 "마냥 코믹하고 멜로를 못한다고 하더라도 귀여운 악역이나 결이 다른 악역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살인마 말고. OCN 세 작품에서 열 다섯 정도 죽였는데 그만 죽여도 될 거 같다. 사실 촬영을 하면서 별 도구를 다 써봤다. '라온마' 때에는 해머도 아령도, 골프채도 사용해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악역'은 특히 내면의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작업. 이 때문에 최승윤은 악몽에까지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누구 죽이는 꿈은 아니더라도 그런 작품을 할 때 그런 악몽을 좀 꾼다. 사람들도 물어본다. '네가 할 때 정신적으로 괜찮느냐'고. 다른 배우들 인터뷰를 봐도 다들 정말 역할에 많이 몰입한 분들은 힘들어 하시더라. 저도 정신적 기운이 안 좋은 다크한 것이 있더라"며 "왜냐면 죽이는 장면을 이번에도 몰아 찍는데 하루에 다섯 명을 죽였다. 끝나고 나서 저도 모르게 '컷 오케이' 했는데 '와 사람 죽이는 거 쉬는 일이 아니다' 했다. 뭔가 너무 몰입하다 보니까 몸이 힘들었나 보다. 그런 말 자체가 그 인물로서 사람을 죽인다는 상상을 하는 거니까 힘들더라. 사람이 피폐해졌다"고 말했다.
사실 최승윤은 '사랑의 불시착'과 '라이프 온 마스',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만들었던 이정효 감독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함께했던 신원호 감독이 인정한 배우. 이정효 감독은 최승윤에게 "더이상 너는 나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정도였고, 신원호 감독은 "왜 악역을 시키는지 알겠다"고 인정할 정도였단다. 이 '인정'에 더 보답하고 싶다는 최승윤은 '천상 연기자'였다. 그는 "이정효 감독님의 작품에 조단역을 포함해 '라온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사랑의 불시착'까지 함께 하다 보니 인연이 깊어졌다. 감독님의 진정한 페르소나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며 "감독님이 저를 더 염두에 두시도록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또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인연을 맺었던 신원호 감독에 대해서도 "감독님의 작품이라면 뭐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따듯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시는 것이 너무 좋고, 그 속의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조인성, 신민아, 그리고 이규형과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동기인 최승윤은 동기들의 성공이 더 기분이 좋다고. 특히 신민아와 이규형이 함께한 영화 '디바'의 개봉 역시 기대하고 있단다. 그는 "두 사람 모두 대학교를 함께 다녔던 동기들이고,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저도 언젠가 함께 작품에 임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동기들의 성공이 자극이 될 만도 하지만, 최승윤은 앞으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라고. 그는 "제가 사람에게 다 시기가 있다고 하지 않나. 저는 나이로나 뭐나 사람들이 늦은 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그때는 제가 준비가 덜됐던 것 같다. 지금은 지금 맡는 롤 만큼의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한 작품만 잘 만나면 된다는 얘기를 쉽게 하지만, 한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는 많은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워밍업이 계속 된 느낌이다. 그래서 이제는 너무 급하게 가려고는 하지 않는다. 어쩌면 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배우로서 최소한 목마름과 배고픔만 없다면 더 잘 준비하고 한 역할, 한 역할에 잘 집중해서 차근차근 가는 것이 저한테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최승윤의 미래는 더 밝게 다가올 예정. '트레인'을 마친 그는 영화와 드라마 등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