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때때로 믿음은 기대를 배신한다. 하지만 믿음의 무대가 우승팀을 가르는 한국시리즈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 준우승에서 멈췄다.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친 후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2승무패),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3승1패)를 거쳐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 맞대결을 펼쳤지만, 2승4패로 무너졌다. 올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두산은 지난해 통합 우승을 기록했지만, 올해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은 4차전부터였다. 두산은 1차전을 내주고도 2차전과 3차전을 잡으면서 2승1패 리드를 쥐었다. 훨씬 더 유리한 요건이었다. 그러나 4차전부터 타선이 쥐 죽은듯 조용해졌다. 4차전에서 NC의 신예 선발 투수 송명기를 상대한 두산은 5이닝 동안 1점도 못뽑고 공략에 실패했다. 뒤이어 등판한 김진성도 무너뜨리지 못한데 이어 NC의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가 2⅔이닝 무실점 마무리에 나서자 두산 타선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김재호가 혼자 3안타를 쳤고, 그 외 타자들은 안타 1개도 얻지 못했다.
하루 휴식 이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심각한 수렁에 빠졌다. 23일 열린 5차전에서 두산 타자들은 9이닝 동안 산발 6안타-무득점에 그쳤다. NC 선발 구창모를 먼저 흔들 찬스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놓쳤고, 그후 실점이 이어졌다. 5차전 0대5 패배는 두고두고 뼈아팠다.
3차전 8회부터 5차전까지. 두산은 19이닝 연속 무득점이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형 감독은 특별하게 변화 없이 6차전을 준비했다. 일부 타자들의 타순 조정만 있었고, 멤버 교체는 없었다. 1할 타율마저 깨지면서 가장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김재환은 6차전에서도 변함 없이 4번타자였다.
결과는 실패였다. 두산의 공격은 6차전에서도 처참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안타도 출루도 많이 나왔지만 그 모든 찬스에서 적시타는 '0개'였다. 1회초 2사 1,2루, 2회초 1사 만루, 4회초 무사 2,3루, 5회초 무사 2루가 모두 무득점이었다. 6차전 NC 선발 루친스키의 구위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흔들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연속 무득점 기록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두산은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7회초 김재환의 땅볼 타점과 김재호의 적시타로 무득점 행진은 '25이닝'에서 멈췄지만 이미 타이밍은 늦었고,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과 두산 벤치의 믿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았다. 정해진 '베스트 멤버'를 끝까지 밀어부쳤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는 믿음이 효과를 보였지만, 집단 슬럼프에 빠진 한국시리즈에서는 통하지 못했다. "마땅한 대체 선수가 없다"는 이유였다.
특히 무득점 기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변화는 없었다. 상대를 흔드는 기습 작전이나 대타 요원 활용 등의 카드도 활용하지 않았다. 선발로 나간 9명의 타자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맡기는 게 작전이었다. 그들이 터진다면 이기는 거고, 안터지면 패배라는 공식을 받아들이는듯 했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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