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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뉴스타, 김진희가 여자농구에 던지는 메시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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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아산 우리은행 가드 김진희가 여자농구계에 던진 메시지는?

우리은행은 30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국민은행리브모바일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61대57로 승리,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3연승을 달리며 4일 선두 청주 KB스타즈와의 중요한 경기를 기분 좋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날의 히어로는 혼자 27득점을 폭발시킨 김소니아. 하지만 경기 승부처 알토란같은 역할을 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가드 김진희. 김진희는 팀이 57-54로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경기 종료 1분36초 전 승기를 확실히 가져오는 미들슛을 성공시킨 것 포함, 10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위 감독은 경기 후 김진희를 얼싸안으며 기뻐했는데 "김진희의 골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위 감독의 칭찬은 계속 이어졌다. 위 감독은 "보통 선수들이 성장할 때 단계를 밟는다. 10분씩 뛰다 다음 시즌에는 출전 시간을 늘리고, 그렇게 주전 선수가 된다. 그런데 김진희는 지난 시즌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날렸고 그 전에도 거의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런 선수가 이번 시즌 35분 이상씩을 뛰어주고 있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동안 내가 이런 선수를 몰라봤다는 것에 반성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실제 김진희의 활약은 매우 좋다. 박혜진의 발바닥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는데,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어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드리블이 매우 낮고 빨라 상대 수비 한두명을 쉽게 제쳐낸다. 패스 센스도 좋고 시야도 넓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외곽슛 능력이 조금 부족하고, 공격에서 돌파를 다 해놓고도 자신감 있게 올라가지 못하고 동료를 찾는다. 물론,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선수에게 이를 다 바라는 건 무리. 위 감독 말처럼 삼성생명전과 직전 부천 하나원큐전까지 2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며 큰 실수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칭찬을 받을만 하다.

김진희는 광주대를 졸업하고 2017~2018 신인드래프트 전체 6순위로 우리은행을 지명받은 프로 4년차. 그런데 과연 박혜진의 부상이 없었다면 이렇게 신데렐라로 탄생할 수 있었을까. 냉정히 말하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프로농구는 주전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아마추어팀 수는 줄어들고, 운동을 잘하는 학생들이 농구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만큼 프로 무대에 공급되는 선수들이 질적, 양적 측면에서 떨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경기를 앞두고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이 "박지현(우리은행) 정도를 제외하면 어린 선수들 중 갑자기 치고 나올 선수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베테랑 선수들이 힘을 내줘야 한다"는 인터뷰를 했었다. 위 감독은 하나원큐전과 삼성생명전 모두 단 6명의 선수로 40분을 소화했다. 긴 리그 일정을 봤을 때 매우 무리한 모험수. 하지만 당장 승수를 쌓아야 하는 위 감독은 "다른 선수들을 내보내는 게 쉽지 않다"고 솔직히 답했다.

이렇게 지도자들부터 어린 선수들에 대한 기대가 없는 가운데, 여자프로농구의 노쇠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몇 년은 버티겠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현재 팀 주축 선수들이 은퇴해야 할 시기가 오면 여자프로농구의 경기력은 더욱 하락할 게 뻔하다.

그런 가운데 김진희라는 새얼굴이 튀어나왔다. 어린 선수들 대부분 잠깐의 기회에 제대로 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김진희의 경우 꾸준하게 기회를 받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팀의 신예 선수들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프로 세계에서 승리가 가장 우선인 건 맞지만, 각 구단과 지도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