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구자욱 피렐라 오재일 강백호. 승부처에 더 빛나는 '간판타자'의 가치[대구핫포커스]

by

[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에이스의 가치는 위기 때 더욱 빛난다. 반대로 꽉 막힌 속을 뚫어주는 시원한 한방이야말로 간판 타자의 가치다.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최채흥과 쿠에바스의 맞대결도 치열했지만, 양팀을 대표하는 타자들의 대결이 한층 인상적이었다.

삼성은 이날 KT와 역전에 재역전을 주고받은 끝에 오재일의 끝내기포로 8대7 승리, 3연패를 탈출했다. 잎서 5일 두산 베어스전 5대6 패배를 시작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2대4, 4대5 2연패, 그리고 이날 KT전까지 모두 1~2점차 역전패였다. 백정현-뷰캐넌-원태인을 쓰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삼성에서 가장 밝게 빛난 스타는 구자욱과 피렐라였다. 두 선수는 후반기 삼성의 부진한 타선 속 오아시스 같은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구자욱은 8일 롯데전서 '국민타자' 이승엽의 벽화를 맞추는 솔로포를 쏘아올린데 이어 9일 KT전에도 라팍 오른쪽 대형 전광판 아래에 떨어지는 시즌 16호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후반기 시작 이래 타율 3할6푼2리(94타수 34안타)의 맹타. 거포가 아님에도 이 기간 동안 고비 때마다 한방씩 터뜨린 결과 홈런도 5개나 된다.

KT는 1회초 선두타자 김민혁의 안타에 이어 황재균의 안타 때 박해민의 송구 실책이 겹치며 손쉽게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진 찬스에서 유한준의 좌익선상 2루타로 2-0.

삼성은 KT 선발 쿠에바스의 위력적인 구위에 5회까진 침묵했다. 하지만 6회말 선두타자 김도환이 2루타로 답답했던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어 박해민의 적시타에 이은 구자욱의 역전포가 터진 것. 이어진 찬스에서 강한울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 단숨에 4-2로 승부를 뒤집었다.

하지만 타오르던 라팍을 강백호가 차갑게 식혀놓았다. 강백호 역시 입단 첫해 29홈런을 치며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스타일이 조금 바뀌었다. 올시즌에도 홈런은 13개에 불과하지만 4할 타율에 도전하는 등 방망이는 더욱 매서워졌다.

그러면서도 한방이 필요할 땐 어김없이 쳐준다. KT는 7회초 반격에서 장성우의 솔로포로 추격을 시작했다. 2사 후 황재균이 안타로 출루했고, 뒤이어 강백호가 가볍게 밀어 왼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이번엔 피렐라가 응수했다. 8회말 박시영의 공을 통타, 왼쪽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기는 시즌 25호 홈런을 터뜨렸다. 1회 폭풍질주에 이어 이날도 어김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황재균과 강백호가 다시 나섰다. 9회 '구원 1위' 오승환을 상대로 선두타자 심우준이 안타를 치고 나갔고, 황재균과 강백호가 잇따라 3루와 1루 라인을 타고나가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승부를 결정짓는 듯 했다.

이날의 진짜 주인공은 오재일이었다. 삼성은 9회 박해민 김헌곤의 연속 안타가 터졌지만, '믿었던' 구자욱 피렐라가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하지만 2사 1,3루에서 오재일이 김재윤의 포크볼을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09m 홈런포를 쏘아올려 최후의 승리자가 됐다.

구자욱과 오재일은 전날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비록 홈런은 치지 못했지만, 이날 박해민은 6타석 6출루(4안타 2볼넷)로 팀 공격을 이끈 첨병이었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