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대낮 거리 시위가 위협받자 밤에 몰래 벽에 구호를 쓰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현지 톨로뉴스가 1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도 카불의 일부 여성들은 최근 밤마다 시내의 벽 여러 곳에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구호를 쓰고 있다.
여성들은 이 구호를 통해 교육, 취업 관련 권리를 요구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재집권 후 인권 존중 등 여러 유화 조치를 발표했지만 상당 부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중·고등 여학생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에는 "가까운 친척 남성과 동행하지 않은 채 72㎞ 이상을 여행하려는 여성은 차에 태워주면 안 된다"며 여성의 외출과 여행에 대해 제한 조치도 도입됐다.
그에 앞서 작년 11월 하순에는 여성의 TV 드라마 출연과 해외 드라마 방영 금지 등을 담은 방송 지침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카불 여성들은 수십 명씩 무리를 지어 종종 거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탈레반 대원이 시위 현장의 취재진을 구금하거나 여성들을 위협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시위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여성 시위 참여자인 타마나 레자이는 "우리의 (거리) 시위는 종종 위협과 폭력에 직면한다"며 그래서 기본권을 확보하고 항의를 이어가기 위해 벽에 구호를 쓰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국으로 항의 운동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운동가 나비다 후라사니는 "오늘날 여성은 20년 전과 다르다"며 "우리의 새로운 항의 방식은 모든 주로 확산할 것이며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에는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최근보다 훨씬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등 공개 처형도 허용됐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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