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사이영상 후보들을 평가할 때 평균자책점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등장한 시즌은 2009년이다.
그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의 주인공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잭 그레인키였다. 그해 16승8패, 평균자책점 2.16, 229⅓이닝, 242탈삼진을 기록한 그레인키는 아메리칸리그 다승 공동 7위였지만, 평균자책점은 2위 펠릭스 에르난데스(2.49)보다 0.33이나 낮은 1위였다. 19승으로 아메리칸리그 다승 공동 1위였던 에르난데스 뿐만 아니라 CC 사바시아(3.37), 저스틴 벌랜더(3.45)도 평균자책점에서 그레인키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주로 다승 부문에 초점이 맞춰졌던 사이영상 평가 기준이 평균자책점으로 옮겨간 최초의 투수가 바로 그레인키라는 얘기다.
당시 그레인키의 직구 평균 구속은 94.4마일로 리그 평균인 92.1마일을 크게 웃돌았다. 당시에는 강속구 투수로 분류됐다. 최고 구속이 99.9마일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격세지감이다. 지난 시즌 그레인키의 직구 평균 구속은 89.1마일, 최고 93.0마일이었다. 그가 던지는 5가지 구종 중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포심 직구다. 그레인키는 여전히 현역 의지가 강하다.
이번 오프시즌 FA 자격을 얻은 그는 해를 넘겼지만 여전히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는 10월이면 40세가 되는 그를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같은 1983년 생이면서 그보다 8개월이 빠른 저스틴 벌랜더가 뉴욕 메츠와 2년간 연평균 4333만달러를 받는 연봉 1위 투수로 이적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그레인키는 지난해 안정된 제구력과 경기운영을 앞세워 26경기에서 4승9패, 평균자책점 3.68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마운드 리더가 필요하다면 탐을 낼 수 있는 백전노장이다.
MLB.com은 5일(한국시각) 남은 FA 가운데 눈여겨 볼 만한 선수 6명을 선정해 조명하면서 그레인키를 마지막으로 언급했다.
MLB.com은 '2022년 그레인키의 기록만 보면, 절대 효과적일 수 없는 투수다. 그의 직구 구속은 하위 4%에 해당하고, 90마일 이상 찍은 게 20%가 안 된다. 탈삼진율은 12.5%로 100이닝 이상을 던진 140명의 투수 중 최하위'라며 '그럼에도 그레인키는 5가지 구종을 섞어 볼넷을 최소화하고 그가 갖고 있는 최대한 노련함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발 평균 5이닝을 살짝 넘기는 수준이었지만, 평균자책점은 3.68로 리그 평균보다 11%가 좋았고, 메이저리그 탈삼진왕 게릿 콜과 같았다. 놀랍게도 그레인키는 1개 이하의 탈삼진을 기록한 6차례 선발등판서 평균자책점 2.53을 마크했다'며 효율적인 피칭을 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새로운 팀을 찾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 MLB.com은 '스탯캐스트가 제공한 그레인키의 예상 ERA와 실제 ERA의 격차는 매우 컸다. 세월에 장사가 없다지만, 명예의 전당을 예약한 투수가 지금은 당신이 원하는 전형적인 투수는 아니다. 올해 팀을 찾는다면 지켜볼 가치가 있는 투수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레인키는 19년 통산 223승141패, 평균자책점 3.42, 2882탈삼진을 올렸다. 118개의 삼진을 더 잡아내면 통산 3000탈삼진 고지를 밟는다. 명예의 전당 입성을 굳힐 수 있는 훈장이나 다름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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