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형과 수비에 가려졌던 타격 재능, 김태형 감독 만나 폭발할까.
부활한 2차드래프트. SSG 랜더스 베테랑 김강민의 충격적인 한화 이글스 이적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의 이적도 충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명 순서를 가리지 않고, 새 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폭발시킬 '로또'는 누가 될 지 아직 예측할 수 없다.
SSG를 떠나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된 최항도 눈여겨볼 만한 선수 중 한 명이다. 롯데가 3라운드에서 지명했다. 롯데 박준혁 단장은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이 가능하고, 타격 재능을 눈여겨봤다"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롯데는 주전 2루수 안치홍이 FA 자격을 얻고 한화 이글스로 떠났다. 주전 3루수 한동희도 '만년 유망주'로 아직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주전 1루수도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 최항에게는 롯데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사연 많은 선수다. 2012년 SK 지명을 받았지만 잦은 부상으로 고생만 했고, 이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했다. 입단 후 5년이 지난 2017년에 1군 데뷔를 할 수 있었다.
주목을 많이 받았다.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먼저 친형이 같은팀의 '슈퍼스타' 최정이었다. 형제가 한솥밥을 먹는다는 자체로 늘 이슈의 중심에 섰다. 최항은 늘 형과 함께 하는 것에 기쁨을 드러냈지만, 사실 부담일 수도 있었다. 잘나가는 형의 그늘에 가려져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지 못했다. 생활에서도 괜히 형과 엮여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또 하나 최항이 주목을 받은 건 극명히 대비되는 타격과 수비 능력이었다. 타격 재능은 어린 시절 형보다 낫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래서 매 시즌 기회는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수비였다. 프로에서는 아무리 방망이를 잘쳐도, 자신의 수비 자리가 없으면 스타로 성장하기 힘들다. 2루에서도, 3루에서도 수비가 약했다. 꾸준히 기회를 받기 힘들었다. 형은 타격만큼 훌륭한 3루 수비 덕에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롯데는 최항에게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다. 신임 김태형 감독과의 궁합도 중요하다. 김 감독은 수비가 중요한 포스트시즌이 아니면, 정규시즌에서는 공격력이 강한 야수를 선호한다. 두산 베어스 시절 최주환, 강승호를 주전 2루수로 중용했었다. 두 사람 모두 수비보다 방망이가 돋보인 선수들. 최항도 충분히 김 감독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유형이다. 김 감독은 이미 타격이 좋은 고승민의 2루 전향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매력을 모두 발산해야 한다. 롯데라고 경쟁이 없을 수 없다. 단기간에 엄청난 발전을 보이기는 힘들겠지만, 수비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분명 최항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