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수원 KT 소닉붐이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를 혈투 끝에 제압했다.
KT는 5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고양 소노를 86대81로 눌렀다.
KT는 브랜든 배스(22득점, 8리바운드)-허 훈(22득점)-하윤기(24득점, 7리바운드)의 삼각편대가 위력을 발휘했고, 소노는 치나누 오누아쿠(27득점, 12리바운드)-전성현(22득점)-이정현(12득점)이 고군분투했다.
올 시즌 최고 가드로 떠오르고 있는 소노 이정현과 KT 허 훈과의 맞대결에 관심이 모아진 경기. 단, 허 훈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경기 전 송영진 KT 감독은 "허 훈이 사타구니 쪽 미세 근육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출전은 가능하지만, 아직 몸상태는 100% 아니다. 이정현과의 맞대결은 피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소노 김승기 감독은 "KT는 전력 자체가 워낙 좋다. 벤치도 좋다. 단, 골밑 수비에 미세한 약점이 있는데, 이 부분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 오누아쿠에게 많은 공격 옵션을 줄 것"이라고 했다.
▶전반전
고양 소노가 공격리바운드 2차례 잡은 뒤 끝내 이정현의 3점포로 출발.
KT는 4차례 연속 수비왕에 빛나는 문성곤이 진가를 보였다. 2차례 스틸로 소노의 상승세를 끊었다. 소노가 전성현의 3점포로 앞서가자, 이번에는 배스가 가볍게 3점포로 동점. 이어 KT는 속공 찬스에서 정성우의 날카로운 패스를 이두원이 성공. 8-6, KT의 리드.
한 차례 탐색전이 끝나자, 소노는 오누아쿠 카드를 꺼냈다. 이두원과의 포스트 업, 상대 반칙으로 자유투 2개를 얻어냈고, 특유의 '강백호 자유투' 2방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8-8 동점.
KT는 이두원으로 역부족. 더블팀 액션을 꺼냈지만, 오누아쿠는 침착하게 패스 페이크를 쓴 뒤 그대로 골밑슛. 너무 위력적이었다.
단, KT도 반격했다. 문성곤의 스윙 패스를 배스가 깨끗하게 3점포로 꽂아넣었다. 오누아쿠가 아무래도 외곽까지 콘테스트를 하기에는 스피드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소노는 전성현이 맞불을 놨다. 3점포를 가동시킨 뒤 문성곤의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까지 깔끔하게 적중. 곧바로, 배스가 날카로운 돌파로 오누아쿠를 따돌리면서 골밑 돌파, 오누아쿠의 파울 자유투 2개. 배스는 1개만 성공시켰다. 그러자, 이번에도 오누아쿠의 골밑 1대1. 훅슛을 성공시킨 뒤 자유투까지 얻어냈다. KT는 허 훈과 하윤기를 투입시켰다.
허 훈이 곧바로 골밑 돌파 성공. 오누아쿠가 쉬운 레이업 슛을 놓치자, 허 훈이 또다시 돌파하면서 파울 자유투 2득점. 소노가 또 다시 오누아쿠의 골밑 득점을 성공시키자, KT는 하윤기의 풋백 득점, 배스의 3점포가 연속으로 터졌다. 결국 28-23, 5점 차 KT의 리드로 1쿼터 종료.
2쿼터, KT는 시작하자 마자 무지막지한 풀코트 프레스를 펼쳤다. 강력한 압박을 했다.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소노의 빈약한 벤치를 노린 KT의 체력전이다. KT는 허 훈과 하윤기가 벤치에서 나와도 전력이 유지될 정도로 풍부한 로테이션을 자랑한다. 반면 소노는 오누아쿠, 전성현, 이정현이 있지만, 벤치 자원은 빈약하다. 즉, KT 송영진 감독은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소노 주전들의 체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전략을 들고 나왔다. 또 하나는 오누아쿠의 골밑 공략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처가 된다는 점이다.
전방압박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노가 세트오펜스에서 정돈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오누아쿠가 포스트에 자리잡고, 엔트리 패스를 넣어주는 과정을 빠르게 할 수밖에 없다. 오누아쿠의 포스트 업 공격의 빈도를 줄이고, 부정확하게 할 수 있는 KT 최상의 수비 방법이었다. 효과는 확실했다. KT는 소노의 실책을 유발한 뒤 빠른 공격으로 흐름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33-23, 10점 차 리드. 소노의 작전타임.
하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하윤기가 골밑을 장악했다. 소노는 조재우가 안간힘을 썼지만, 파울만 적립됐다. 7분58초를 남기고 소노의 팀 파울. 하윤기의 자유투 2득점.
경기가 풀리지 않자, 오누아쿠는 분노의 속공 덩크를 터뜨렸다. 하지만, KT는 하윤기가 미드 점퍼로 응수.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단, 오누아쿠는 강력했다. KT는 마이클 에릭으로 교체. 오누아쿠는 골밑돌파를 성공시킨 뒤, 절묘한 외곽 패스로 한호빈의 3점슛을 유도했다.
결국 10~12점 차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결국 51-40, 11점 차 KT의 리드.
점수차도 KT가 앞섰지만, 더욱 임팩트있었던 부분은 KT의 전략이었다. 가지고 있는 전력을 극대화하는 큰 틀의 전략을 가지고 나왔다.
1쿼터 간간이 기습적 풀 코트 프레스를 사용했던 KT는 2쿼터 내내 풀코트 프레스로 소노를 압박했다. 주전의존도가 큰 소노 입장에서는 경기 스피드가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KT의 압박은 외곽의 정성우와 허 훈, 그리고 문성곤이 중심이었고, 배스 역시 외국인 선수였지만, 팀 수비에 강력하게 가담했다.
얼리 오펜스도 강력했다. 허 훈이 개인 능력을 이용해 소노의 수비에 균열을 냈고, 정성우와 하윤기의 2대2도 좋았다. 즉, 탄탄한 공수 조직력을 가진 소노였지만, 감당하기 쉽지 않은 KT의 파상공세. 그 핵심은 풀 코트 프레스였다. 소노 김승기 감독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단, 소노의 지금 스쿼드에서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KT는 전반전 기선을 완벽하게 제압했을 뿐만 아니라, 후반전 소노 코어의 체력에 엄청난 부담감을 줬다. 전반은 KT의 완벽한 흐름 장악이었다.
▶후반전
소노는 3쿼터 초반이 가장 중요했다. 여기에서 밀리면, 추격 흐름을 잡을 수 없었다.
오누아쿠의 미드 점퍼 성공. 출발이 좋은 듯 했다. 단, KT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풀 코트 프레스를 유지했다. 로테이션의 힘을 믿었다. 허 훈이 강력한 압박을 했다.
오누아쿠의 실책이 나왔다. 허 훈의 날카로운 돌파. 역시 파워있는 돌파는 리그 최고였다. 전성현이 돌파로 응수했다.
허 훈이 이정현의 수비를 뚫고 골밑 돌파, 서커스 샷을 터뜨렸다. 파울까지 얻어냈다. 마치 '아직 리그 최고 가드는 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깔끔한 바스켓 카운트 3점 플레이. 그리고 KT의 압박.
허 훈이 코스트 투 코스트 속공에 성공했다. 그러자, 이정현은 최현민에게 어시스트, 3점포를 유도했다.
단, KT는 공격 루트가 다양했다. 배스는 오누아쿠에게 블록슛을 당했지만, 이후 미드 점퍼. 그러자 전성현이 3점포를 터뜨렸다. KT는 2대2 공격 이후 이두원이 오누아쿠가 지켜보는 가운데 덩크슛을 터뜨렸다.
허 훈이 또 다시 포스트 업 이후 골밑 돌파. 68-53, 15점 차 KT의 리드. 소노의 작전 타임.
깔끔한 한호빈과 오누아쿠의 2대2 성공. 이두원의 패스 미스. 전성현이 불규칙 스텝으로 반 타임 빠르게 3점슛이 올라갔다. 적중, 그리고 파울 자유투까지 얻어내며 4점 플레이 완성. 갑자기 9점 차로 추격.
전성현이 딥 3를 작렬시켰다. 확실히 리그 최고의 슈터였다. 배스의 컨테스트가 있었지만, 전성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6점 차.
최현민의 골밑슛이 불발되자, 오누아쿠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풋백. 그리고 파울 자유투까지 성공. 3점 차. 결국 3쿼터 67-70, 소노의 3점차 추격으로 끝났다.
4쿼터 소노 오누아쿠의 실책. 그러자, KT 허 훈의 앨리웁 패스를 배스가 가볍게 성공. 이어, 소노의 로테이션 수비 미스가 생겼다. 하윤기가 균열을 일으켰다. 허 훈에게 오픈 찬스가 났다. 3점포 작렬.
이어 KT는 배스가 또 다시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풋백 득점. 4쿼터 8분9초를 남기고 다시 10점 차로 스코어가 벌어졌다.
단, 이때 허 훈은 딥 3를 던졌다. 선택은 아쉬웠다. 불발됐다. 그러자, 소노는 그동안 침묵하던 이정현이 3점포를 터뜨리면 다시 추격을 시작했다. 77-72, 5점 차로 따라붙었다.
오누아쿠와 김민욱의 하이-로가 통했다. 파울까지 얻어냈다. 김민욱의 3점 플레이. 오누아쿠가 들어가면서 수비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3점슛 능력이 있는 김민욱을 소노가 쓸 수 있게 됐다. 워낙 골밑 수비가 강력한 오나아쿠 영입의 또 다른 효과였다. 2점 차 추격. KT의 작전타임.
허 훈이 스틸에 성공. 하윤기의 미드 점퍼가 터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정현의 좌중간 3점포가 터졌다. 1점 차. 허 훈이 중앙에서 3점포를 던졌지만, 불발.
소노는 한호빈과 오누아쿠가 절묘한 2대2 공격으로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자 허 훈과 하윤기가 2대2로 재역전.
김민욱의 3점포를 배스가 혼신의 힘으로 블록슛. 다시 공격권은 KT.
배스가 해결사로 나섰다. 특유의 날카로운 크로스 오버 드리블. 이후 오누아쿠의 파울. 자유투 1구는 실패. 2구는 성공. 82-80, KT의 2점 차 리드, 남은 시간은 1분57초. 승부처가 다가왔다.
이정현이 스플릿 드리블, 문성곤의 파울. KT의 팀 반칙, 자유투 2개를 얻어냈다. 1구 실패, 2구는 성공. 1점 차 추격.
그러자, 허 훈이 날카로운 돌파 이후 골밑슛 성공. 84-81, 54.3초가 남았다. 소노의 작전 타임.
이정현이 오누아쿠의 스크린을 타고, 베이스 라인으로 이동. 미드 점퍼를 쐈다. 불발됐다. 허 훈이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3점슛을 쐈지만, 불발. 그런데 KT 문성곤이 결정적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사실상 경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소노는 하윤기에게 파울. 7.7초가 남은 상황에서 자유투를 줄 수밖에 없었다.
허 훈과 문성곤이 가세한 KT는 강했다.
이날 허 훈은 왜 자신이 리그 최고의 가드인 지 보여줬다. 2라운드 MVP로 거론되는 이정현이 버틴 소노전에서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문성곤은 수비의 리더로 완벽하게 자리잡았다. KT는 지난 시즌까지 2대2 수비, 그리고 압박에서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문성곤이 들어오면서, 풀 코트 프레스와 트랩 디펜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압박의 강도 자체의 클래스가 상당히 높았다. 강력한 벤치 멤버를 바탕으로 한 체력전을 제대로 구사하는 무서운 팀이 됐다.
우려했던 팀 밸런스도 문제가 없었다. 허 훈과 배스는 볼 소유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허 훈이 볼을 잡을 때, 배스는 매우 좋은 오프 더 볼 무브를 보여주고 있고, 두 선수가 더블 볼 핸들러로 상대 수비에 균열을 일으킨다.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 배스가 1옵션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골밑 수비 약점은 하윤기와 배스가 효율적으로 메운다. 이두원, 문성곤, 한희원 등도 적절한 도움으로 높이를 보강한다.
이날 KT는 완전체 첫 경기였다.
소노는 오누아쿠가 가세하면서 확실히 코어의 힘은 강력했다. 이날 이정현이 부진했다. KT 정성우의 강한 압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허 훈도 이정현의 수비를 잘했다.
하지만, 전성현은 허리가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즉, 이정현, 전성현, 오누아쿠이 '빅3'는 매우 위력적이다. 어떤 팀의 코어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다. 하지만, 벤치 자원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KT는 이 점을 노리면서 2쿼터부터 풀 코트 프레스를 계속 했다. 하지만, 2라운드까지 6~7승 정도를 예상했던 소노는 벌써 8승을 거뒀다. 아직 2라운드 1경기가 남아있다. 소노의 6강 진출 확률은 높아지고 있다. 수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