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5강 후보가 아니다. 이 같은 평가를 뚫고 가을야구에 가려면, 실력 그 이상의 간절함과 노력이 필요하다.
말로는 참 쉬운 얘기다. 야구로 밥먹고 사는 프로 선수중에 간절하지 않은 이 있으랴.
그래도 10개 구단 사령탑과 코치진은 선수들을 끊임없이 독려하고 또 요구한다.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그렇지 못하다면 팀 분위기라도 흔들어놓을 간절함을, 그리고 상대를 압도하는 집중력과 승부욕을.기대한다.
그런 모습이 부족했던 걸까. 986일만에 1군 무대 선발 명단에 돌아온 유망주가 단 1이닝 만에 교체됐다.
롯데 자이언츠 조세진(22) 이야기다. 조세진은 4일 부산 두산 베어스전에 7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전했다. 투수 출신이라 강한 어깨를 지녔고, 준수한 스피드에 장타력까지 갖춘 것으로 기대되는 그다. 올시즌 2군 무대에서 이미 홈런 3개를 몰아치며 OPS(출루율+장타율) 1.096으로 승승장구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앞서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조세진에 대한 아쉬움을 거듭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미 황성빈 손호영 고승민 손성빈 등이 잇따라 1군에서 말소된 상황, 조세진에게 기대를 걸어볼만 했다.
조세진은 지난달 28일 김민성과 함께 1군에 등록됐고, 이날 올시즌 첫 1군 선발출전 기회를 얻은 것. 2022년 7월 23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 이후 무려 986일만의 1군 선발 출전이었다.
1회말 윤동희와 유강남의 적시타를 앞세워 3점을 선취한 직후 조세진의 타석이 돌아왔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지나치게 긴장한 탓일까. 조세진은 두산 선발 잭 로그의 컷패스트볼-체인지업-체인지업에 맥없이 헛스윙 3번을 하고 삼진으로 돌아섰다.
지켜보던 이들이 놀란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롯데는 2회초 시작과 함께 장두성을 중견수로 투입하고, 윤동희를 우익수로 돌렸다. 그리고 조세진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단 1이닝만에 결단을 내린 것. 차라리 벤치에 있었더라면 향후 대타로 활용이 가능한 선수다. 그만큼 조세진의 첫 타석에 대한 사령탑의 실망감이 컸던 모양이다.
무서운 카리스마로 유명한 김태형 감독이지만,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에겐 의외로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가차없다. 이날 조세진의 1회 교체는 선수단에게도 적지 않은 의미를 던졌을 것으로 보인다.
조세진은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향후 롯데를 이끌어나갈 주축이 될 선수들이 가득한 드래프트다. 2차 3라운드였던 윤동희는 이미 팀의 간판타자로 자리잡았고, 6라운드 한태양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올해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1군에서 기용되고 있다. 황성빈-장두성의 뒤를 잇는 발야구 요원 김동혁 또한 이해 7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다.
하지만 사실 이들보다 더 기대받았던 선수들은 아직 제대로 꽃피지 못했다. 이해 1차지명은 다름 아닌 '155㎞ 괴물' 이민석이다. 2차 1라운드 조세진, 2라운드 진승현 모두 재능만큼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민석은 팔꿈치 수술 이후 직구 구위는 돌아왔지만, 제구를 찾지 못해 선발과 불펜 어느 쪽에서도 쉽게 자리잡지 못하고 2군에 머물러있다. 진승현은 잔부상에 시달려 아쉬움을 사고 있다.
조세진은 국군체육부대(상무) 시절 생각보다 타격 성적이 나오지 않아 걱정을 샀지만, 롯데 복귀와 함께 연일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기량을 뽐낸 끝에 1군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모처럼 나선 1군무대에선 1이닝 만에 교체됐다. 다음 기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무리 재능이 충만한 유망주라 한들, 1군 살이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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