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정신 차리라고 한 거지. 자극 좀 받으라고."
미소띤 얼굴, 농담섞인 말투에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덕장이지만, '강철' 같은 리더십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날씨부터 꼬였다"며 전날 역전패에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전날 우천으로 더블헤더 1차전이 취소됐고, 2차전만 치러졌다. 이날 다시 더블헤더가 열린다.
원정팀 롯데 자이언츠는 숙소를 출발하기전 경기가 취소됐다. 반면 홈팀의 특성상 일찌감치 그라운드에 나와 준비한 KT 선수단 입장에선 이틀 연속 더블헤더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선발투수는 더욱 예민하다. 일찌감치 1차전 선발로 예정돼있던 고영표가 그대로 2차전에 나섰다. 하지만 '고퀄스(퀄리티스타트, 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답지 않게 5회를 채우지 못하고 8실점하며 무너졌다. 보크까지 범했다.
이강철 감독은 "항상 어려움이 있었는데, 서두르지 않겠다. 야구가 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지 않나. 순리대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다만 부진한 선수들을 향한 준엄한 경고는 빠뜨리지 않았다. 전날 로하스를 3회에 뺀 이유를 묻자 "못하니까 뺐지. 실투를 다 놓치더라. 그러더니 1사 1,2루에 병살타쳤잖아"라며 냉정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 찬스 하나만 더 안현민한테 걸렸으면 어제 경기가 어찌 됐을지 모를 일이다. 자극 좀 받으라고, 정신좀 차리라고 그렇게 했다."
로하스는 올해로 KT에서만 6번째 시즌이다. 3차례나 트리플 100(세자릿수 안타-타점-득점 동시 달성)을 기록했고, 당장 지난해에도 통산 3번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32홈런 OPS 0.999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KT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 같지 않다. 타율 2할3푼2리 6홈런 18타점, OPS 0.785로 부진하다. 로하스 강백호 배정대 등 주축 타자들의 타격 부진 속 KT는 전날 패배로 4연패 늪에 빠지며 5할 승률 아래로 주저앉았다.
이강철 감독은 "지금까지 기다려줬지 않나. 나를 하루이틀 보는 것도 아니고"라며 "열심히 하려고야 하지만, 결국 결과가 나와야되지 않나. '내 자리'라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냉정하게 보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KT는 외야수 장진혁 유준규를 등록하고, 김건형 김병준을 말소했다. 사령탑은 "쓸 수 있는 선수는 다 써보자는 생각"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