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만2669개 좌석이 모두 매진된 사직구장의 응원은 남달랐다. 파도 같은 함성이 경기 내내 사직동에 물결쳤다. 대통령 선거유세의 확성기 소리를 압도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7대5로 승리했다.
팀타율 1~2위팀의 격돌답게 양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들이 출격했음에도 타격전 양상으로 이어졌다.
선발 박세웅이 5이닝 5실점으로 흔들렸기에 더욱 귀중한 역전승이었다. 롯데는 1차전 승리로 선두 LG 트윈스, 2위 한화 이글스를 향한 추격에 한층 더 박차를 가했다.
반면 패배한 삼성은 지옥 같은 중위권 싸움에 직면해있다. 전날 기준 4위 삼성부터 공동 7위 KIA-두산-KT까지 단 1경기 차이. 악몽같은 8연패를 탈출했지만, 초반 5점차 리드를 잡은데다 외국인 에이스까지 출격한 경기에서 허무한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롯데는 장두성(중견수) 고승민(2루) 레이예스(좌익수) 전준우(지명타자) 나승엽(1루) 윤동희(우익수) 유강남(포수) 손호영(3루) 이호준(유격수) 라인업으로 임했다. 선발은 박세웅.
삼성은 구자욱(지명타자) 김성윤(중견수) 강민호(포수) 디아즈(1루) 김영웅(3루) 류지혁(2루) 김헌곤(좌익수) 이성규(우익수) 이재현(유격수)으로 맞섰다. 선발투수는 레예스.
롯데로선 '복덩이' 전민재와 필승조 후보 최준용이 돌아왔다. 최준용은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이래 올해 첫 1군 승격이고, 전민재는 '헤드샷' 사구 이후 첫 복귀다. 새 외인 알렉 감보아도 아직 비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날 사직구장에 합류해 선수단과 첫 인사를 나눴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전민재의 컨디션은 문제없는 것 같다. 상황 봐서 대타나 대수비로 활용하겠다"면서 "최준용은 타이밍을 잘 잡아야할 거 같다. 너무 어려운 상황에 투입하면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돌아봤다. 최준용이 정철원 김원중의 부담을 덜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드러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레예스에게 잘 맞는 날씨"라며 뜨거운 날씨를 반겼다. 이어 8연패 탈출에 이어 시리즈위닝까지 달성한 지난 포항 KT전을 돌아보며 "좀 힘들었는데, 그래도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며 웃었다.
박세웅은 1회부터 2사 만루 위기를 겪는 등 평소같지 않았다. 2회에도 선두타자 김헌곤에게 몸에 맞는볼, 1사 후 이재현에게 안타를 맞으며 1사 1,3루 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구자욱의 좌익선상 2루타가 터지며 삼성이 선취점을 가져갔다. 이어 김성윤의 2타점 2루타가 이어지며 삼성의 3-0 리드.
박진만 감독은 확실한 굳히기를 노리고 거듭된 희생번트로 박세웅을 압박했다. 3회 선두타자 류지혁의 안타 후 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고, 이성규의 1타점 2루타로 4-0을 만들었다. 5회에도 류지혁이 2루타로 출루한 뒤 김헌곤의 번트로 1사 3루를 만들고, 이성규의 희생플라이로 5-0까지 앞서갔다.
반면 롯데는 1회 선두타자 장두성의 안타와 도루, 4회 고승민의 2루타로 무사 2루 찬스를 잡았지만 살리지 못했다.
그런데 6회초 수비가 묘하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롯데의 신예 좌완 파이어볼러 홍민기가 투입됐고, 구자욱의 2루타와 김성윤의 번트 안타로 무사 1,3루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강민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운데 이어 디아즈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실점없이 넘겼다.
기세를 탄 롯데는 6회말 단숨에 5득점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장두성 고승민의 연속 안타, 그리고 레이예스의 시즌 5호 3점홈런이 터졌다.
삼성은 2번째 투수 김태훈을 투입했지만, 롯데는 전준우의 2루타와 삼성 유격수 이재현의 실책, 윤동희의 내야땅볼로 1점을 추가했다. 이어 유강남이 볼넷을 얻어내며 1사 만루 찬스를 이어갔다.
필승조 백정현을 조기 투입돼 손호영을 1루 땅볼에 이은 홈아웃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롯데는 대타 전민재 카드를 꺼냈고, 우중간 희생플라이로 기어코 5-5 동점을 만들었다.
롯데는 7회초에도 1사1,2루 위기에 직면했지만, 삼성 이성규의 2루 옆쪽 빠질듯한 안타성 타구를 고승민이 낚아채 글러브토스, 고급스런 병살플레이로 연결해 사직구장을 끓어오르게 했다.
7회말 선두타자 고승민 때 유격수 실책, 레이예스의 볼넷, 전준우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역전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정훈 윤동희가 범타에 그쳤다.
삼성은 필승조 이호성이 마무리로 이동하면서 불펜 한자리가 애매한 상황. 롯데는 8회말 2사 후 전민재의 안타로 흐름을 만들었고, 삼성의 4번째 투수 이승민은 연속 볼넷으로 만루를 자초했다. 그리고 이날의 해결사 레이예스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홍민기로 6회를 잘 넘긴 롯데는 정철원(1⅓이닝)과 정현수-송재영(이상 ⅓이닝)을 묶어 8회까지 버텼고, 9회 등판한 마무리 김원중이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