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생각에 울컥" 348일만에 선 1군 마운드 → '153㎞' 완벽 부활 신고! 최준용의 절절한 진심 [인터뷰]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어깨 수술을 하고 나면 직구 구속을 잃는 경우도 있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나 자신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없는 그라운드를 보는 건 많이 힘들었다."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24)이 완벽하게 부활을 신고했다. 최고 153㎞ 직구를 앞세운 씽씽투가 돋보였다.
최준용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 6회초 등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지난해 6월 2일 이후 348일만에 선 1군 마운드였다.
경기전 김태형 롯데 감독은 "최준용은 가능하면 편안한 상황에서 시즌 첫 등판을 치르게 하고 싶다"고 했지만, 현실은 7-6으로 맞선 혈투의 한복판에서 등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날 최준용은 웃을 수 있었다. 롯데가 8대7, 1점차 신승을 거둔데다 더블헤더 1~2차전을 싹쓸이한 덕분이다.
최준용 개인의 고난도 있었다. 첫 타자 김재성을 삼진으로 유도했지만, 스트라이크 낫아웃이 되면서 출루했다. 이어 대주자 심재훈을 상대로 견제 실책까지 범했다.
하지만 심재훈이 3루까지 내달리는 과욕을 범했고, 롯데 우익수 김동혁이 좋은 송구로 심재훈을 잡아낸 덕분에 부담을 덜었다. 이후 삼성을 대표하는 타자 이재현 구자욱을 잇따라 잡아내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경기 후 만난 최준용에겐 평소 같은 여유나 장난끼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너무 오랜만이다. 1년 동안 재활하면서 1군 마운드에 오르는 상상만 했는데, 오늘 현실이 되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타이트한 상황이었지만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최준용은 "원래 익숙하지 않나"라며 웃은 뒤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이었는데, 수비에서 도와준 덕분에 잘 풀렸다"고 돌아봤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최준용을 향해 현장을 가득 메운 2만2699명의 부산 야구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복귀 환영 및 축하를 보냈다.
"제 이름 외쳐주시는데 울컥했다. 이런 열기를 다시 느낄 수 있어 너무 기쁘다. (구)승민이 형이나 (유)강남이 형, (김)상수 선배, (전)준우 선배, (정)훈이 선배, 다들 축하해주셔서 그 동안의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작년에 (김태형)감독님께 칭찬을 딱 한번 들었는데, 오늘 내려오니까 '나이스 피칭' 해주시더라. 정말 큰 힘이 된 한마디였다."
마운드에 오르기전 지난 재활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함께 재활하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 전미르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최준용은 "원래 눈물이 별로 없는 편인데, 불펜피칭을 하는데 속에서 막 끓어오르더라. (전)미르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개막 직전 당한 팔꿈치 수술보다 지난해부터 재활에 매진한 어깨 수술이 사실 투수에겐 더욱 심각하다. 최준용은 "너 직구 스피드 떨어져도 실망하지 마라, 그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면서 "그냥 나 자신을 의심하지 말자, 난 수술 전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재활했다. 구속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 그런 불안감도 있었지만 준비를 잘한 것 같다"며 싱긋 웃었다. 다행히 이날 최준용의 직구 구속은 최고 153㎞까지 나왔다.
'지금 당장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묻자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최준용은 "재활하는 동안 야구를 하는 내 영상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 볼 수가 없었다. 오늘만큼은 오늘 경기, 또 지난 영상들을 마음껏 돌려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작년에 TV로 야구 보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아마 우리 부모님 마음 고생이 더 컸을 거다. 부모님이 1년만에 아들이 야구하는 걸 보신 경기가 오늘 아니겠나. 앞으로 야구장에서 더 효도하는 아들이 되고 싶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