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나이 마흔. 게다가 불과 3일 전 무릎 부상까지 입었지만, 팀의 연패 탈출이 우선이었다.
베테랑 포수 강민호가 연장 11회 내내 포수 마스크를 쓰고 팀의 3연패 탈출을 견인했다. 그 과정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깜짝 도루'까지 감행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강민호는 2회초 1사 첫 타석에서 키움 선발 로젠버그를 상대로 깔끔한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후 김헌곤의 타석에서 2-2 볼카운트 상황, 로젠버그가 6구째 134km 슬라이더를 던지는 순간 강민호가 키움의 허를 찌르는 2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시켰다.
키움 배터리와 내야진이 전혀 대비를 못한 상황이었다. 낮게 떨어진 공을 포구한 포수 김재현이 2루 송구를 포기할 정도로 강민호의 스타트가 빨랐다. 베테랑 포수답게 상대의 볼배합을 간파한 강민호의 노련함도 빛났다. 이 도루는 4월 9일 SSG전 이후 2번째이자 개인 통산 34번째 도루로 기록됐다.
누구도 예상 못한 도루였다. 만 40세의 포수가 도루를 성공시키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강민호는 불과 3일 전인 17일 부산 롯데전 더블헤더 1차전에서 왼쪽 무릎이 뒤틀리는 부상을 당해 병원 검진까지 받은 터였다. 다행히 검진 결과 단순 타박으로 밝혀졌지만, 강민호의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이날 경기 전 키움 코치가 강민호의 무릎 상태를 걱정스럽게 물어볼 정도였다. 키움 벤치 역시 그의 도루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후속타가 불발되며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연패 탈출을 위한 베테랑의 투혼이 돋보였다.
강민호는 이날 5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선발 투수 원태인을 비롯해 이호성 백정현 김재윤과 호흡을 맞추며 연장 11회 승부 내내 포수 마스크를 쓰고 3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냈다.
특히 선발 투수 원태인은 강민호와의 찰떡 호흡으로 8이닝 5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의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비록 마무리 투수 이호성이 9회 동점을 허용하며 승리를 날렸지만, 이후 백정현(1이닝 무실점) 김재윤(1이닝 1실점)과 함께 6대3 승리를 지켜냈다.
1985년생으로 만 40세의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강민호는 지난해 136경기 타율 3할3리 19홈런 77타점을 기록하며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 시즌에도 삼성이 치른 48경기 중 90%에 육박하는 4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4리 40안타(2홈런) 28타점을 기록하며 여전히 팀의 핵심 전력임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