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중년 여배우들이 유튜브 플랫폼에 속속 진출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선우용여, 이미숙, 고소영 등 4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여배우들이 각자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소탈한 일상부터 삶의 태도, 그리고 내면의 매력까지 진솔하게 공개하고 있는 것. 젊은 세대는 물론 중장년층의 공감을 아우르며 새로운 콘텐츠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화제를 모은 인물은 단연 81세 배우 선우용여.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순풍 선우용여'를 개설한 그는 첫 영상에서부터 "이제부터 나를 사랑하고 살아야겠다. 젊다고 인생이 많은 게 아니고 늙었다고 끝이 아니다"라며 인생 선배로서의 명쾌한 메시지를 던졌다. 벤츠 차량을 타고 조식을 먹으러 가는 모습, 한남동을 활보하며 요가와 브런치를 즐기는 일상은 젊은 세대에게는 '힙한 할머니'로, 동년배에게는 인생의 롤모델로 다가갔다. 채널 개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구독자 20만 명을 돌파하고 주요 영상은 조회수 1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선우용여는 유튜브의 새로운 '탑 크리에이터'로 부상했다.
배우 이미숙 역시 지난 5월 유튜브 채널 '이미숙+숙스러운 미숙씨'를 개설하고 자연스러운 노년의 일상을 담기 시작했다. 65세인 그는 새치가 그대로 드러난 흰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 반려견과 함께하는 조용한 하루를 담은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명품백 상자가 가득한 옷방을 보여주면서도 "요즘엔 에코백이 편해서 자주 든다"고 말하는 모습은 '관능미의 대명사'로 알려졌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 유튜브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그의 반전 매력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구독자들은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보기 좋다"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원조 신비주의 스타' 고소영도 최근 유튜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4월 '바로 그 고소영' 채널을 통해 일상과 가족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장동건 생일상을 준비하는 모습, 딸에게 주는 생일선물, 소탈한 외출 스타일링까지. 예능이나 방송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인간 고소영의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고소영이 입은 옷, 쓴 향수, 먹는 음식까지 모두 화제가 되며 '고소영 유튜브'는 새로운 스타일 교과서로 부상했다. 채널 개설 한 달여 만에 5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처럼 중년 여배우들이 유튜브에 눈을 돌리게 된 데에는 드라마나 영화 제작이 예전보다 줄어든 데다 40대 이상 여성 배우들이 소화할 수 있는 배역이 상대적으로 적은 현실이 크게 반영한 듯 보인다. 플랫폼 변화 속 유튜브가 잊혀졌던 배우들에게 선택과 표현의 자유를 주는 새로운 무대가 된 것.
무엇보다 이들 채널이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어 일상에 대한 성찰, 나이듦에 대한 긍정, 그리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가공된 이미지 대신 날것의 인간미, 일반인들과 다를바 없이 묵묵히 현재를 살아가는 태도가 또 다른 매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비주의를 내려놓고 카메라 앞에 선 중년 여배우들이 대중과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유튜브 데뷔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