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남자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뒤틀려 있다.
FA 52명 중 18명이 팀을 옮겼다. 지난 시즌 연봉 30위 안에 든 선수 중 팀을 옮긴 선수는 허 훈(부산 KCC) 김낙현(서울 SK) 김선형(수원 kt)이었다.
하지만, 연봉 30위 외의 한호빈(3억원) 이근휘(3억2000만원) 등 기존 연봉의 2~3배 인상된 금액으로 계약했다.
반면, 김낙현은 4억5000만원(지난 시즌 5억원) 오재현은 2억5000만원(지난 시즌 3억600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현 시점 FA 제도가 뒤틀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 사례. 더욱 큰 문제는 현 FA 제도로 인해 모든 연봉 체계가 뒤틀렸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보상'이다.
연봉 30위 이내의 FA를 지명하는 구단은 원 소속구단에게 보호선수 3인을 제외한 보상 선수와 연봉 50% 혹은 연봉 200%를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올 시즌 FA 최대어 허 훈은 KCC로 이적했다. KCC는 보호선수 3명을 제외한 보상선수와 허 훈의 연봉 50%(3억5000만원) 혹은 허 훈 연봉의 200%인 14억원을 원소속 구단 KT에게 줘야 한다.
때문에 KCC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허 웅 송교창 최준용 이승현 등 빅4 중 3명의 보호선수를 설정해야 한다. KT는 보상선수를 선택할 지, 14억원을 받아야 할 지 고민에 빠진 상태다.
반면 35세 이상의 선수에게는 보상규정이 제외된다.
때문에 10개 구단은 대부분 스타급 선수들의 FA 직전 연도 연봉을 30위권 안으로 맞추고 있다. 활약도와 상관없이 강력한 연봉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단 FA시장에서는 '찬밥신세'다.
허 훈 안영준 김낙현 오재현 한희원 등 연봉 30위권 내의 선수를 원하는 구단이 거의 없었다. 김낙현과 오재현이 FA 자격을 얻었지만, 연봉이 삭감된 조건으로 계약한 이유다.
허 훈의 경우, KCC 고위수뇌부의 전격 지시로 팀을 옮겼고, 그 결국 허 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KT가 김선형, SK가 김낙현을 선택하는 연쇄 이동이 이뤄졌다. 반면 연봉 30위 밖 FA 선수들은 인기가 폭발이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고 올 시즌도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됐다.
이런 FA 제도는 어떻게 형성됐을까. 배경이 있다.
2000년대 중반, FA들의 가치는 폭등했다. 당시 식스맨급 선수라도, 복수구단의 러브콜로 가치가 치솟았다. 기존 연봉의 적어도 3배, 많으면 5배 이상의 계약이 다반사였다.
당시 몸값은 거품이 극심했다. 여기에 10개 구단의 입장도 적극적으로 고려됐다. FA 자격 획득 기간은 5년(군 복무기간 제외)이다. '신인드래프트 이후 선수를 키운다. 쓸 만해지는 5년이 되면 FA 자격을 얻는다. 때문에 거기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복수구단 단장들이 했다. 결국 현 시점 FA 보상규정이 맞춰졌다.
현 시점, FA 제도는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프로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가치'가 왜곡된다. 활약에 따른 정확한 가치가 뒤틀려진다. 구단들의 적극적 투자를 막는다. S급 선수들의 이적을 막으면서 리그 흥미도를 떨어뜨린다.
일본 B리그는 조건없는 FA제도를 시행 중이다. 현 시점 KBL FA 제도는 효용이 다한 '독소조항'에 가깝다. 전면적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