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머리를 조금 식혀야 하지 않을까."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올해 좌완 최지민을 특별히 더 신경 썼다. 좌완 필승조 곽도규가 팔꿈치 수술로 개막 직후 시즌을 접어 최지민의 몫이 더욱 중요해졌는데, 마운드에서 영점을 잡지 못하고 허덕이니 감독도 선수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특히 5월 성적이 최악이었다. 8경기에서 4⅓이닝, 평균자책점 18.69에 그쳤다. 4사구 10개를 내주는 동안 삼진은 단 3개를 잡는 데 그쳤다. 볼넷을 내주면서 스스로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되니 1군에 두면서 어떻게든 살려보려던 이 감독도 일보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최지민은 지난달 12일부터 열흘 동안 2군에서 재정비했다.
이 감독은 당시 "구위 자체는 좋은 투수라 스트라이크존에만 형성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살려보려 했다. 다른 것보다는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았다. 머리를 좀 식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초구가 볼이 되면 연달아 볼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볼넷이 많으니까. (경기에) 나갈 때 확실히 제약이 걸리는 게 있다"며 생각을 잘 정리하고 돌아오길 바랐다.
돌아온 최지민은 6월부터 눈에 띄게 안정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7경기에서 1패를 떠안긴 했지만, 5⅔이닝,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삼진과 볼넷 비율이 좋아졌다. 삼진 5개를 잡는 동안 볼넷 1개, 사구 1개를 기록했다. 2023년 6승, 3세이브, 12홀드, 59⅓이닝,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때의 최지민으로 돌아가는 과정 같았다.
그런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최지민은 지난 1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구원 등판해 상대 타자 최정원에게 시속 145㎞짜리 직구를 던졌는데, 공이 궤도를 이탈해 최정원의 뒤통수 부근 헬멧을 강타했다. 놀란 최정원은 곧장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큰 이상이 없는 게 다행이었다.
최지민은 최정원이 구급차로 옮겨지기 직전까지 주변을 서성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최지민은 경기 직후 최정원의 연락처를 받아 직접 전화를 걸어 상태를 물었고, 15일에도 라커룸을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 최정원은 오히려 너무 미안해하는 후배 최지민을 다독였다고.
최지민은 헤드샷 이후 마운드에 아직 오르지 않았다. 당장은 최지민을 배려해 진정할 시간을 줄 수 있지만, KIA에 매우 중요한 투수기에 곧 다시 기용해야 한다. 그전까지 최지민이 헤드샷을 기록한 충격에서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최정원이 다행히 건강하고, 또 용서한 만큼 빨리 털어내고 6월의 좋았던 페이스를 되찾는 게 중요해졌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