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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한화 간다며?" 예비신랑의 말못할 고민 → 깊었던 마음고생…하지만 롯데가 그를 원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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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신경이 많이 쓰였던 건 사실이에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트레이드 마감시한이 다가올수록 장두성(26)의 마음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이미 트레이드를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가슴 졸이던 시간이 지났다. 장두성은 여전히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있다. 동산고 출신이지만, 2018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지 벌써 8년차. 이미 마음은 인천 아닌 부산사나이다. 올겨울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갑작스런 주거지 이전 가능성에 첫 가을야구를 앞둔 기대감 만큼 긴장해야 했다.

2차 10라운드(전체 93번)라는 지명 순위가 보여주듯, 드래프트 때부터 전문 대주자 요원으로 평가됐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팀내에서 가장 빠른 선수로 유명했다. 거침없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흙투성이가 된 유니폼이 트레이드마크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2025년은 장두성에게 말 그대로 터닝포인트가 된 시즌이다. 도루(12개) 뿐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쏠쏠한 타격 솜씨까지 뽐내며 황성빈의 부상 이탈 공백을 잘 메웠다.

5월 월간 타율 3할1푼(71타수 22안타), 6월 3할1푼6리(38타수 12안타)로 매서운 방망이를 뽐냈다. 24타점은 팀내 공동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넓은 수비범위에 준수한 어깨까지 갖춰 코너 외야수로의 활용 폭도 넓다.

한창 컨디션을 끌어올리던 6월 중순 견제구에 옆구리를 맞아 폐 타박으로 인한 출혈로 3주 가량 빠졌다. 장두성은 "한창 좋았는데, 그런 생각 안하려고 해도 돌아보면 좀 아쉽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만"이라며 속상한 마음을 비쳤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벤치로 밀리는듯 했지만, 7월 31일 부산 NC 다이노스전부터 다시 선발출전하고 있다. 선발 첫 경기부터 5타수 2안타로 맹활약했고, 9회초 NC 최정원의 우중간 깊숙한 타구를 쫓아가 잡아낸 슈퍼플레이로 윤성빈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팀 공격의 물꼬를 트는 3루타 포함, 2안타에 볼넷 하나까지 곁들이며 자신의 역할을 120% 해냈다.

트레이드 카드로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의 가치가 높다는 뜻. 특히 선두를 달리는데다 토종 중견수가 마땅찮은 한화로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다.

예측 기사에 SNS와 유튜브, 블로그 등까지 장두성의 이름이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트레이드설에 대해 직접 묻는 사람도 있었다. 장두성은 '마음고생이 심했겠다'는 말에 "신경이 많이 쓰였던 건 사실"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래도 장두성은 끝내 롯데에 남았다. '윈나우'를 꿈꾸는 롯데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방증. 고척에서 만난 장두성은 이제서야 심란함을 털고 개운한 얼굴로 인터뷰에 임했다.

"사실 선발 기회가 쉽게 오지 않으니까, 왔을 때 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동안 '네겐 반드시 기회가 온다. 잘 준비하고 있어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김태형 감독은 장두성에 대해 "수비는 톱클래스다. 다만 타격할 때 보면 '기질'이 좀 약하다"며 담대하고 적극적인 타격을 요구한다. 장두성은 "캠프 때부터 감독님께서 항상 '자신있게 하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도 올해는 결과가 나오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쌓이는 것 같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걸 감독님께 보여드리고 싶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2017년. 장두성에게는 첫번째 가을을 맞이할 절호의 기회다. 장두성은 "(전)준우 선배님도 '가을야구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엄청 재미있으니까 기대하라'고 하셨다. (김)원중이 형은 '후반기에 팀 분위기가 워낙 좋았다. 매 경기 매진이었다'고 하시던데, 우리 지금 홈경기마다 팬들께서 관중석을 가득 메워주시고 있지 않나. 롯데 선수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웃었다.

롯데는 올시즌 홈 평균 관중 2만명을 가볍게 넘기며 역대 최다 관중을 조준하고 있다. 만년 백업이던 시절 장두성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기도 했다. 이제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솔직히 전에는 긴장이 많이 됐다. 그래서인지 실수도 많았던 것 같다. 어쩌다 타석에 서도 내 응원가가 잘 들리지 않았다. 이젠 좀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이제 그라운드에 섰을 때 긴장보다는 재미를 더 느낀다. 팬들의 함성이 마음에 와닿는다. 꼭 보답하고 싶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