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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하잖아" 158㎞ 쾅쾅 → 11G 연속 무실점 질주…1m97 파이어볼러, 1점차+실책에도 흔들림 없었다 [부산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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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막강 필승조의 한 축이 빠졌다. 하지만 사직을 지키는 2m 거인의 존재감이 점점 커진다.

롯데 자이언츠 윤성빈(26)이 그 주인공이다. 악몽 같았던 1이닝 9실점의 그날 이후, 무려 1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윤성빈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주말시리즈 1차전, 0-1로 뒤진 8회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최고 158㎞ 직구를 앞세워 삼진 2개를 잡아내며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1구1구가 꽂힐 때마다 전광판 숫자를 지켜본 관중석에선 연신 탄성과 환호가 쏟아졌다.

양팀 공히 3안타씩에 그친 빈타. 그래서 1점차 혈투 상황. 옛날의 윤성빈이라면 지레 부담감을 호소하며 볼넷을 난사했을 경기였다. 아니, 그런 경기를 1군 벤치에서 지켜보지도 못했을 그다.

올해는 '환골탈태'했다. 김상진 코치와 함께 스스로를 가다듬고 다시 태어났다. 모두가 꿈꿔왔던, '최고 159㎞ 직구를 어떻게든 스트라이크존에 쑤셔넣는' 파이어볼러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올시즌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5월 20일 부산 LG 트윈스전 때 윤성빈에게 선발등판 기회를 줬다. 지난해에 이어 또한번 기대를 건 모습이었다.

결과는 1이닝 9실점, 생애 최악투로 이어졌다. 첫 타자 박해민 상태로 156, 157㎞ 연투로 3구 삼진을 잡아낼 때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후 이해할 수 없는 볼넷 병이 도졌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희망을 봤다. 이후 윤성빈에게 '불펜에서 새출발'을 주문했다. 압도적인 구위를 가진 만큼 추격조든, 승리조든 필요할 때 1이닝만 책임져달라는 주문을 덧붙였다.

2군에서 스스로를 가다듬은 윤성빈은 완전히 달라졌다. 6월 4경기에서 2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올스타휴식기 동안 2군에서 다시한번 공끝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후반기 들어 7경기 6⅔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1경기 동안 허용한 안타는 단 2개, 볼넷도 단 2개 뿐이다. 최고 159㎞에 달하는 압도적인 직구가 1구1구 야구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선두타자는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 박성한. 윤성빈은 153, 156㎞ 직구에 이어 143㎞ 포크볼로 박성한의 잇따른 헛스윙을 유도해내며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고비도 있었다. 두번째 타자 에레디아의 3루 땅볼 때 롯데 3루수 손호영의 송구 실책이 나왔다. 156㎞ 3연투만은 눈부셨지만,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윤성빈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젠 과거와 달리 주자가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뽐냈다.

천하의 최정을 상대로 155, 158㎞ 직구에 최고 144㎞ 포크볼을 섞어 볼카운트 2B2S에서 기어이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어 베테랑 거포 한유섬은 155㎞ 직구 초구에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또한번의 완벽투였다.

81.00에 달했던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7.84까지 끌어내렸다. 어깨 수술 이후 1군 데뷔시즌이었던 2018년 이후 7년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경기전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은 최준용의 공백을 묻는 질문에 "윤성빈이 잘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차후 윤성빈을 필승조나 그에 준하는 역할로 활용할 속내도 드러냈다.

아직까진 주자가 없는 상황에 등판시키고 있지만, 3연투에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는 막강한 체력에 이제 자신감까지 갖춰가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끌었던 1m97의 큰키, 유연함 몸이 드디어 자기 자리를 찾았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