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좀처럼 껍질을 깨지 못했다. 부상까지 뒤따랐다. 하지만 SSG 랜더스 조형우(23)가 마침내 기지개를 켰다.
조형우는 지난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통산 6호 홈런 포함 하루 4안타를 때려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이숭용 SSG 감독이 "오늘 리드도 좋았고, 공격에서도 맹활약이었다. 특히 4회 홈런이 승리 분위기를 가져온 한방"이라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을 정도다.
광주일고 출신 조형우는 고교 시절 친구 이의리(KIA 타이거즈)와 함께 1차지명 후보로도 이름을 올릴 만큼 인정받는 유망주 포수였다. 예상대로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8번)의 높은 순번에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문했다. 특히 총알 같은 2루 송구에 뜨거운 찬사가 쏟아졌다.
문제는 타격이었다. 베테랑 이재원의 부진 속 본격적으로 1군 맛을 보기 시작한 2023년, 조형우의 타율은 1할8푼5리(119타수 22안타)에 그쳤다.
급기야 불안감을 느낀 SSG는 2024년 또다른 베테랑 포수 이지영을 영입했고, 이지영의 활약 속 2024년에는 단 19경기 38타석의 기회를 받는데 그쳤다. 공수 모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조형우의 키는 1m87. 포수 치곤 큰 키가 단점으로 작용했다. 떨어지는 순발력 때문에 좋은 어깨를 갖고도 2루 송구가 늦고, 블로킹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순발력 향상을 위한 특별 트레이닝을 거듭했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굴렀다. 승부욕이 타오른 조형우는 말 그대로 '혹독한' 훈련을 소화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도 볼배합과 블로킹에 대한 트레이닝을 거듭했다.
포수의 특성상 야수이면서도 투수들과의 교감이 매우 중요하다. 조형우는 전력분석팀과 회의를 거듭한 결과 조금씩 볼배합과 소통 면에서도 성장했다.
SSG에는 베테랑 이지영 외에도 또다른 유망주 포수 이율예가 있다. 어쩌면 조형우에게도 주어진 시간이 마냥 많기만 했던 건 아닌셈. 하지만 올시즌 이숭용 감독이 믿고 기회를 주면서 심적으로도 초조함을 벗고 한결 편안해졌다. 무엇보다 세리자와 배터리코치가 조형우의 송구 능력을 살리는 한편 멘털까지 잡아주고 있다는 찬사다.
그 결과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10일까지 데뷔 이래 가장 많은 206타석, 483⅔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자신을 괴롭히던 허리 통증도 떨쳐냈다.
타격에서도 발전이 보였다. 성급하게 장타를 욕심내기보다 공을 맞추는데 집중한 점이 효과를 봤다. 타격폼에도 변화를 줬다. 왼쪽 다리를 당겨놓고 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왼다리를 땅에 뿌리박듯 단단히 고정시킨 상태에서 타격하는 폼으로 바꾼 결과, OPS(출루율+장타율)를 0.655까지 끌어올렸다. 작년까지 통산 홈런 2개이던 선수가 벌써 4개를 쳤다.
이번 홈런 직후엔 화려한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엔 이숭용 감독을 향해 깍듯한 폴더인사까지 건네 사령탑을 기쁘게 했다.
조형우는 "요즘 방망이가 잘 맞지 않아 마음 고생이 있었는데, 복귀 첫날, 또 부산에서의 첫날 캠프마냥 100개 이상 특타를 했다. 덕분에 감이 잡힌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자신감이 붙었다. 작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진 않다. 올해 주어진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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