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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김대전'에 묻혔던 광주 소년 → 4년만의 데뷔 첫승 '감격'…"할아버지께 자랑할래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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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프로 데뷔 4년만에 첫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것도 선두를 다투는 한화 이글스 상대로 선발승이다.

NC 다이노스 김녹원의 표정은 밝았다. 김녹원은 17일 창원 한화전에 선발등판, 5이닝 1실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9대4 승리를 이끌었다.

1실점한 3회를 제외하면 볼넷, 안타는 있어도 특별한 위기 없이 잘 던졌다. 타선이 2회까지 상대의 폭풍실책을 틈타 7득점하며 차이를 벌린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한화도 만만찮았다. 김녹원이 교체되자마자 6회 2점, 7회 1점을 따내며 따라붙었다. NC 벤치는 필승조와 마무리까지 활용해 확실하게 김녹원의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만난 김녹원은 "첫승이란 게 정말 어렵구나 느꼈다. 오래 걸렸다, 그동안 여러가지 시도를 해왔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분좋다"라며 미소지었다.

야구 명문 광주제일고 출신의 김녹원은 황금 드래프트로 꼽히느 2022년 드래프트 출신이다. 2차 3라운드(전체 30순위)에 NC의 선택을 받았다.

한편으론 동기들의 위명에 다소 기가 눌려지낼 수밖에 없었다. 이해 광주 지역에선 두 명의 전국구 유망주가 나왔다. '161㎞ 사나이' 문동주(한화)와 '제2의 이종범' 김도영(KIA 타이거즈)이었다. 하필 문동주는 광주진흥고, 김도영은 광주동성고라 함께 주목받기도 어려웠다.

김녹원도 최고 140㎞대 중반의 직구에 안정된 제구력과 변화구, 유연한 투구폼을 지닌 유망주였지만, 아무래도 야구계의 관심은 두 친구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데뷔 이후엔 프로의 벽에 부딪혔다. 문동주와 김도영 외에도 이병헌(두산 베어스) 박영현 안현민(KT 위즈) 주승우(키움 히어로즈) 이민석 윤동희 한태양(롯데 자이언츠) 이재현 김영웅(삼성 라이온즈) 등이 쏟아진 역대급 풍년이었다. 광주일고에서 함께 뛰었던 윤도현(KIA)도 프로 무대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김녹원에겐 1군 등판의 기회도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2023년 5월 입대, 군문제부터 빠르게 해결했다.

올해 5월 4일 부산 롯데전에 선발로 등판하며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15번째 등판(선발 10)에서 마침내 첫승을 안았다. 이호준 NC 감독도 "김녹원의 첫승을 축하한다. 선수 인생에 큰 자산이 될 하루"라며 기뻐했다.

"감독님께서 항상 '자신있게 던져라. 마운드 위에서 울상 짓지 마라'라는 말씀을 하신다. 오늘은 정말 '자신있게'만 되뇌이며 던졌다. 특히 몸쪽 승부에 최대한 집중했다. 슬라이더가 잘 안되서 놀랐는데, 체인지업이 잘 통해서 다행이다."

김녹원은 초반 충분한 점수를 뽑아준 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한편, "(김)형준이 형이 '자꾸 밀어던지지 말고 그냥 원바운드도 괜찮으니까 공을 ‹š려'라고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셨다. (마지막 삼진 때는)몸쪽 높은볼 사인에 '오늘 마지막 공이구나' 생각하면서 온힘을 모아 던졌다"고 돌아봤다.

5회를 마친 뒤 이용훈 코치도 "마운드 위에 서면 네가 대장이다. 다음 등판에도 오늘처럼 너 자신을 믿고 대장처럼 행동해라"라며 격려했다고. 김녹원은 "결국 내 문제는 멘털이었다. '네 공에 자부심을 가져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오늘 그 말이 현실이 됐다"며 웃었다.

NC 관계자는 김녹원에 대해 "퓨처스 시절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가 돋보였던 모범적인 선수"라며 "올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에서 투구밸런스가 향상되며 자연스럽게 구속과 구위가 개선됐다. 직구 최고 구속이 군복무 전보다 3~4㎞ 향상됐다. 최고 149㎞"라고 소개했다.

이어 "좌우 코너워크를 활용해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 특히 몸쪽을 자신있게 던질줄 아는 투수다. 주력 변화구는 체인지업이지만, 슬라이더와 커브도 좋다"라고 덧붙였다.

첫 승의 감격을 전하고픈 사람을 묻자 "가족들, 특히 할아버지께 손자가 이렇게 잘됐다고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초중고 내 시합이 있을 때마다 항상 현장을 찾아 응원을 해주셨다.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집에서 TV로 보시지만…언젠가 기회가 오면 그 누구보다도 날 많이 예뻐해주신 할아버지께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었다. 남은 시즌 우리팀의 토종 선발로 확실하게 자리잡고자 한다. 어렵게 잡은 기회, 꽉 붙잡고 놓지 않겠다."

창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