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요즘 구속 혁명 시대고, 모든 투수들이 150㎞ 이상 공을 많이 던지고 있고, 그래서 조금 더 유니크하죠."
LG 트윈스 우완 임찬규의 자평이다. 임찬규는 강속구 시대에 살아남은 상대적으로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 정도. 요즘 160㎞ 가까이 던지는 강속구 투수들의 평균 구속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임찬규는 자기만의 색깔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있다. 시즌 평균자책점 2.71으로 국내 투수 1위다. 외국인 투수까지 포함하면 5위에 해당하는 기록.
임찬규는 2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 5⅔이닝 7피안타 3볼넷 1사구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1승(3패)째를 챙겼다. LG 타선은 KIA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5이닝 6실점(4자책점)으로 무너뜨리며 임찬규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1위 LG는 6대2로 승리해 5연승을 질주하며 2위 한화 이글스와 5.5경기 차를 유지했다.
임찬규는 커브(30개) 직구(29개) 체인지업(27개) 슬라이더(19개) 등 4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105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72개에 이르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 평균 구속은 140㎞였다.
결과는 좋았지만 임찬규 스스로 투구 내용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본인이 등판한 경기에 팀이 계속 승리하고 있는 것에 만족했다.
임찬규는 "생각보다 제구력 면에서 조금은 디테일하게 벗어난 공들이 있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잘 막은 것 같아서 전반적으로는 다행이다. 개인적인 승리보다는 후반기 들어서 내가 나갔을 때 팀이 전승이더라. 그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상대도 오늘(23일) 에이스가 등판하는 날이라 더 집중했는데 방망이가 조금 쳐주면서 승리로 연결된 것 같다"고 했다.
최대 위기는 3-0으로 앞선 3회말 1사 만루에서 최형우와 승부였다. 여기서 무너지면 KIA로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었다. 임찬규는 최형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위즈덤까지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흐름을 끊었다.
임찬규는 "그냥 빗맞게 던지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정타를 맞는 것보다는 최대한 타이밍을 뺏는다는 생각으로 했고, 마지막 공은 살짝 실투였는데 다행히 운이 좋게 잘 막았다"고 되돌아봤다.
강속구 시대에 리그 1위 투수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구속이 느린 다른 투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는 점도 뿌듯하다.
임찬규는 "요즘 구속 혁명 시대고 모든 투수들이 150㎞ 이상 공을 많이 던지고 있어서 그래서 내가 조금 더 유니크하다. 나만의 색깔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야구를 오래 하는 데 있어서 부상에 있어서도 조금 자유로운 게 더 좋은 것 같다. 구속이 느린 선수들한테는 그래도 희망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날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선수들도 다 본인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디자인을 잘해서 좋은 선수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구속을 뛰어넘는 가장 큰 무기는 정교한 제구력이다. 어떤 구종이든 본인이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야 구속이 느린 단점을 가릴 수 있다.
임찬규는 "구종 구사율이 좋다. 카운트에 상관없이 4가지 구종을 다 아무 카운트에나 던질 수 있다. 그리고 100%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내가 원하는 코스로 갈 수 있는 것을 보면 성장한 것 같다. 3볼이든 2볼이든 어떤 한 구종에 편중되지 않고 모든 구종을 구사할 수 있다. 올해는 나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몸쪽이랑 슬라이더를 던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몸쪽 공이랑 슬라이더 그 두가지가 생겨나면서 조금 더 1이닝씩 더 던질 수 있는 퍼포먼스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