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견제구에 맞은 상대팀 후배를 감싸는 원태인의 모습에 그라운드에 잠시나마 훈훈한 기운이 흘렀다. 삼성 원태인이 자신의 견제구에 맞은 두산 박준순에게 미안함을 전했고 선배의 사과를 받은 후배는 미소로 화답했다.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경기, 삼성이 1대0으로 앞선 5회말 2사 상황에서 박준순이 원태인의 6구째 직구를 노려 안타를 날렸다. 5회까지 원태인에 1안타만을 날리며 고전했던 두산은 박준순의 안타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1대0의 아슬아슬한 리드 속 2사 1루 위기를 맞은 원태인은 연속 3개의 1루 견제구를 이어갔으나 3번째 견제구가 박준순의 몸에 맞고 뒤로 빠지고 말았다.
자신의 실수로 2루 진루를 허용한 원태인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원태인의 견제구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에 돌아가던 박준순의 오른쪽 어깨를 강타한 것이다.
트레이닝 코치가 달려나가 박준순을 체크했고 큰 부상이 아님을 끝까지 지켜본 원태인은 미안함에 오른손을 들어 사과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2사 2루에서 원태인은 김인태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1,2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박계범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스스로 위기를 끝냈다. 원태인은 5회까지 두산에게 2피안타만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채 이닝을 마무리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며 이닝을 마친 원태인은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자신 때문에 아팠던 박준순에게 사과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후배에게 다가간 원태인은 미소를 지으며 미안함을 전했고 박준순도 흔쾌히 선배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원태인은 이날 경기에서 6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호투를 선보이며 팀의 6대2 승리와 함께 시즌 9승째를 거뒀다. 최고구속 150㎞의 직구(33개)와 슬라이더(28개), 체인지업(20개), 커브(8개) 등 총 89개의 투구로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