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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일본 B리그와 지방 소멸 시대]④ 인구소멸 위기 군마의 반전 + 폐교 활용 홋카이도 + 일손 부족 오사카, B리그가 연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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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일본)=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무려 3.3배가 증가했습니다."

일본 B리그(남자프로농구) 사무국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B리그 군마 클레인 샌더스의 현황이다. 평균 관중수는 1574명에서 5169명으로 늘었다. 구단 매출도 따라서 급성장했다. 9억6000만엔에서 24억엔으로 전망된다. 2.5배 성장이다. 핵심 이유는 2003년 개장한 군마 클레인 샌더스의 홈 구장 '오픈 하우스 아레나 오타'의 건설 때문이다. 이 경기장은 농구 경기에 최적화된 설계를 한 최신식이다. 좌석이 코트에 매우 가깝게 배치돼 있다. 단순한 스포츠 경기장을 넘어 지역 주민이 교류하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지역 공동 창조형 아레나'가 목표다. 농구 외에도 배구, 탁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 뿐만 아니라 콘서트, 이벤트, 강연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시설이다.

B리그 홈은 이런 구장들이 많다. 국내에서도 EASL(동아시아 농구슈퍼리그)의 결승전이 열렸던 일본 오카나와 아레나 뿐만 아니라 지난해 B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지바 재츠의 홈 구장 지바 라라 아레나도 이런 구조다. B리그 관계자는 "내년 프리미어리그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5000석 이상 규모의 대형 경기장이 필수다. 일본 내에서 무려 20개 이상의 경기장이 완공됐거나, 지어지고 있다"고 했다.

군마현 오타는 소도시다. 2025년 8월 현재 약 22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거대한 아레나의 경제적 효과를 노리기에는 시장 규모 자체가 작다. 게다가 오타시는 점점 인구 수가 줄고 있다. 일본 여느 소도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단, 북간토 공업지역에 속해 있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주민 비율이 일본 내 두번째로 높은 도시다. 인구 감소 위기에서 농구로 통합이 필수적인 당위성이 있는 도시다. B리그 관계자는 "오타 시민은 아레나 건설로 농구를 더욱 친밀하게 느낄 수 있다. 오타시의 팬 증가, 원정 팬의 유입이 원활하게 이뤄졌고, 오타시 요식업, 호텔업의 활성화까지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리그 구단 군마 크레인 샌더스는 오타시의 고민인 발전의 동력, 인구 유동성을 확보해줬고, 군마현을 상징하는 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B리그의 여러 구단을 취재한 기자가 확인한 B리그 발전의 동력은 '철저한 지역 상생을 기반으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가는 시스템'이었다. B리그는 홈페이지에 '클럽의 생존을 위해 지역활성화(지역만들기)가 필수적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B리그는 클럽의 지역개발 비전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지역개발 비전을 수립하고 전국적으로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 현실적 결과물은 'B리그 X 지역개발 프로젝트'다. 각 구단의 처절한 지역상생에는 B리그의 이 프로젝트가 바탕에 깔려 있다. B리그가 지역 상생을 강조하고, 각 구단이 지역밀착 이벤트를 통해 '생존'하는 형식이다.

B리그는 이미 아키타현, 미토시, 가와사키시, 일본 아이치현 동부 지역인 미카와, 시가현, 오키나와현, 나가노시, 시즈오카현 등에서 사업을 진행하거나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가 필요한 핵심을 빠르게 캐치하고, B리그와 구단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이행한다는 간단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현실화했다.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아키타현은 대표적인 인구 감소지역이다. 이 지역을 홈으로 삼고 있는 아키타 노던 해피네츠는 2009년 창단했다. 일본 내에 농구 인기가 상당히 높은 지역으로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빠르게 정착시켰다. 그 중 대표적 사업은 '폐교'를 활용한 아키타현 최초의 어린이 식당이었다. 인구 감소로 폐교된 학교를 미래의 자산인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어린이 식당'을 만들어 운영, 아키타현의 희망을 더했다.

미토시 역시 마찬가지다. 인구 감소로 미토시의 유휴지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1993년 대형 백화점이 철수한 유휴자산에 스포츠 센터 'M-스포'를 건립했다. 그 중심에는 미토시를 홈으로 쓰고 있는 이바라키 로보츠가 있었다. 이바라키 로버츠의 홈 경기에 타지의 관중이 유입됐고, 미토시의 천덕꾸러기였던 유휴지는 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B2리그에 있는 시즈오카 버텍스는 세대교류의 중간 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시즈오카시, 시민 단체와 협력, '인터렉티브 워크숍'을 매년 개최한다. 지역의 고교, 대학생들과 시즈오카시, 그리고 시민단체를 연결해 세대격차를 없애고, 시즈오카시의 현안을 함께 공유하고 해결하는 장을 마련했다. 오사카 에베사는 오사카 상점의 만연된 젊은 일손 부족을 위해 젊은층과 오사카 상점의 일손 부족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철저한 지역상생 때문에 더욱 큰 사업을 벌일 수도 있다. 오키나와현을 홈으로 하고 있는 류큐 골든킹스는 오키나와 시내의 상점가에 '킹스 쇼핑 스트리트'를 조성, 지역 경제의 활성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아이치현 가리야시를 연고로 하는 미카와 시호크스는 새 홈 구장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아레나 건설을 추진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을 참여시켰다. 아레나 이름은 '팀 미카와 민나노(모두의) 아레나'다. 아이치현 안조시에 2028년 3월 완공 예정인 이 아레나는 역시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지역 주민과 팬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기획되고 있다.

현 시점 B리그의 위상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구단의 규모, 경기력의 질 뿐만 아니라 위상 자체가 아시아 최고다. 일시적 거대한 자본투자, 우연한 트렌드의 일치로 이뤄진 성과가 아니다. 철저한 지역상생을 통해, 구단들의 토대를 견고하게 만들었고, 그 달콤한 결과물이 B리그 위상의 급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자는 열흘 이상 B리그 구단과 관계자를 찾아가 만났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지금도 치열하게 홈 연고지의 고민거리를 함께 해결하려고 지역 커뮤니티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역상생이라는 토대를 계속 견고하게 다지고 있는 B리그의 발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나고야(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