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서 '세리머니 역전패'로 우승 놓친 롤러 정철원 "어떻게든 이겨내야"
"당시 대회 열린 계절 돌아오면 여전히 고통…그래도 선수 생활은 끝나지 않았죠"
(부산=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아직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적 없는 롤러는 대중에게 전문 스포츠보다는 생활 체육으로 더 익숙하다.
그런 롤러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집중적인 관심과 열기를 모았던 시기가 있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3,000m 계주에서 터진 '세리머니 역전패' 사건 때다.
당시 3,000m 계주 경기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 정철원은 결승선을 넘기 직전 '때 이른' 승리 세리머니를 하다 대만 선수에게 역전당했고, 한국 팀은 기대했던 금메달 대신 눈물 젖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한국 선수 3명 중 정철원을 포함한 2명이 눈앞에서 병역 특례 혜택을 놓치면서 이 장면은 온라인상에서 하나의 '블랙 코미디'처럼 회자했다.
상상만 해도 아찔한 실수로 다시 오기 힘든 기회를 놓친 정철원은 비난과 자책 속에서 스스로를 다잡으며 견뎌야 했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린 나 자신을 발견했다"는 정철원은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했고, 이제야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의 의미를 서서히 실감하고 있다.
용기 내어 인터뷰에 응한 것도, 그에겐 상처를 극복해 가는 과정 중 일부라고 한다. 정철원은 "계속 피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힘들었던 순간을 계속 직면하면서 강해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철원은 올해 부산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 '플레잉 코치'로 참가했다. 선수로 대회에 출전하면서, 강릉시청 선수들을 이끄는 지도자 역할도 동시에 맡았다.
그는 20일 연합뉴스에 "보통 다른 팀은 감독님과 플레잉 코치가 한 분씩 계시고, 가끔 감독님 혼자 하시는 팀들도 있는데, 저희처럼 플레잉 코치 한 명이 모든 선수를 지도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젊은 지도자로 변화를 꾀하겠다는 팀의 뜻에 따라 이 자리를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수로서 욕심 40%, 지도자로서 욕심 60%로 대회를 준비했지만, 막상 경기를 뛰고 나니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는 정철원은 이날 남자 일반부 스프린트 1,000m에서 조기에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허리 부상으로 올해 약 6개월 동안 훈련을 쉬었던 게 결국 발목을 잡았다.
정철원은 "전국체전을 앞두고 8월부터 두 달 반 정도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서 경기에 나온 건데, 아무래도 기간이 짧다 보니 경기 내용상으로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래도 재미있고 좋은 승부를 펼쳤고, 워낙 출중한 선수들에게 진 거라서 크게 마음이 아프지는 않다"고 씩 웃어 보였다.
이날 마주한 정철원은 아쉬운 결과에도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단단함 뒤엔 수많은 고비를 견뎌낸 시간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철원은 마음 속 암흑에 갇혀 지냈다.
그는 "사실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돌아왔을 땐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꼈지만, 날이 추워지고 대회가 열렸던 계절이 다시 돌아오자 그때야 점차 무너져 내리는 저 자신을 발견했다"며 "지난해 겨울과 올겨울에도 그때의 기억이 계속 괴롭혔고, 악몽까지 꾸었다"고 털어놓았다.
"거의 1년이 지나고 나서야 폭풍이 찾아오더라고요. 저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컸고, 공허했죠. 특히 단체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거다 보니 선수로서 저 자신을 정말 많이 질책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에는 흔히들 말하듯, 시간이 모든 답이 되어주었다.
정철원은 "스스로 계속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말을 되뇌었다"며 "저보다도 밟은 조명 아래서 부담감을 이겨내는 다른 스포츠 스타들을 찾아보면서 배우려고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도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계속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며 "아직 계속 극복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그때 사건으로 롤러가 잠깐이나마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는 점이라고 한다.
정철원은 "롤러는 제가 너무 사랑하는 종목이다 보니까 그렇게라도 주목받는다면 좋은 일이라는 생각도 한다"며 "저로 인해서 관심을 가져주셨고, 그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또 유명해질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롤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제외됐다.
이제 롤러 선수들은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국제 무대에 서기 위해, 최소 5년 이상의 기약 없는 기다림을 감내해야 한다.
정철원은 "선수 생활은 아직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내년에 있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전국체전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종목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다. 후배들을 보면서 정말 멋있고 대단하다고 느꼈고, 언젠가 그들에게 꼭 좋은 기회가 찾아오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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