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주현영(29)이 '착한 여자 부세미'로 연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지니TV오리지널 '착한 여자 부세미'(현규리 극본, 박유영 연출)는 인생 리셋 한 방을 꿈꾸며 시한부 재벌 회장과 계약 결혼을 감행한 흙수저 여자 경호원이 막대한 유산을 노리는 이들을 피해 3개월간 신분을 바꾸고 살아남아야 하는 범죄 로맨스 드라마. 주현영은 극중 미스터리한 가정부 백혜지를 연기하며 김영란(전여빈)의 주변을 맴돌아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착한 여자 부세미'는 7.1%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
주현영은 7일 스포츠조선과 만나 7.1%의 기록을 세우며 종영한 '부세미'를 돌아보며 "'부세미'가 시작할 때는 자신감이 넘쳤다. 시청률이 높게 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그렇게 자신감있게 가져본 것이 처음이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은 것 이상으로 합이 좋았기에 서로의 마음이 많이 열려 있었던 것 같다. 배우 입장에서 다른 선배님들이 내 연기를 너무 사랑하고, 캐릭터와 작품에 진심인 분들이었기에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재미있게 하면, 보시는 시청자 분들도 다수는 느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착한 여자 부세미' 속 주현영이 연기한 백혜지는 의미심장하게 등장, 선과 악의 경계에서 진짜 모습을 숨기며 주목을 받았던 캐릭터다. 이에 주현영은 "배우로서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본 것 같다. 혜지라는 역할이 선과 악이 구별되지 않는 친구다 보니, 시청자 분들이 실제로도 많이 거슬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원래는 빌런 역할을 맡은 선배님들이 방영이 되면 심적으로 힘들다고 하시는 것에 공감을 못하기도 했었는데, 처음으로 좀 힘들었던 것 같다. 혜지가 영란이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가 안 되고, 친구의 짐을 몰래 열어서 본다거나 하는 것이 거슬리고 불편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시청자 분들이 '혜지 죽어라', '진짜 짜증난다'고 하시는 것들이 상처가 되더라. 그런 반응을 보면서 '내가 캐릭터로서 잘 가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인간 주현영으로서도 미움을 받는 느낌이 들어서 신기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극 후반부 백혜지가 김영란을 지키기 위해 대신 칼을 맞고, 마지막까지 우정과 의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반응도 반전되기 시작했다. 백혜지가 사실은 순수하게 김영란과의 우정만을 바라왔던 인물임이 드러났기 때문. 주현영은 "안 좋은 반응이 올라온 뒤에는 감독님이 제게 전화하셔서 '괜찮냐'고 물으시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영이가 연기했던 것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믿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셨고, 그걸 믿고 따랐기에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보고 이런 콘셉트를 이해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기 문에 마지막에 혜지를 응원해주셨을 때 우리의 진심이 닿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치유가 됐다"며 웃었다.
사실 '착한 여자 부세미' 속 백혜지는 남다른 전사를 가지고 있던 인물. 실제로는 가성호(문성근) 회장의 친딸인 가예림의 보육원 친구로 자랐고, 그랬기에 갑작스러운 예림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었던 캐릭터였다는 설명이다. 주현영은 "그 부분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은 점이 아쉽기는 하다. 초반 대본에는 가회장이 공장을 찾아왔을 때 혜지가 가회장을 붙잡고 '예림 언니는 그런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제가 그 장면을 찍으러 가는 길에 큰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래서 촬영이 미뤄졌다. 그런데 드라마 안에서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필요한 장면만 정리하다 보니까 결국에는 그 장면을 촬영하지 못한 것이다. 그때 일주일을 쉬면서 몸은 100% 회복이 됐지만, 그 장면을 촬영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래도 어느 정도 오해가 풀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박은빈과 함께 17.5%의 신화를 만들어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올해 ENA 최고 시청률이라는 '착한 여자 부세미'까지. 주현영은 이제 ENA의 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그는 "ENA에서도 저를 참 좋게 봐주시고,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즐기게 되더라. 행복했다. ENA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보니,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다음 작품까지 저를 쭉 써주시면 좋겠다는 솔직한 마음이 든다"며 "'나는 솔로' MC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본능에만 충실한 백혜지를 향해 달려가며 악역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는 주현영이다. 그는 "너무 행복했던 것이 자기의 본능에만 집중하고 체면을 따지지 않는 사람들이 나오는 작품에서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배우로서 짜릿하고 즐거웠다. 한 번은 장재현 감독님께서 제게 '현영 씨는 본인이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저는 '저는 밝은 모습도 있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다중인격 같다'고 말씀을 드린 적 있다. 그런데 감독님은 제게 '제가 볼 때 현영 씨는 하얀 사람은 아니다'라고 하시더라. 배우로서 말씀을 해주신 것 같은데, 마냥 하얀 사람이 아니라 '괴기열차'처럼 어둡고 본인의 욕망에 사로잡힌 캐릭터를 충분히 표현하기에 그 모습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많은 분들이 제게 밝고 통통 튀고 친숙한 모습을 기대해주시는 것도 뿌듯하고 좋지만, 혜지도 서늘한 모습이 있는 친구잖나. 그렇게 극 안에서 조금이라도 꺼내주신 것이 뿌듯했다. 혜지를 시작으로 어두운 모습의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