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다른 수업서도 집단 부정행위 의혹…대학 측 "문제없었다"
비대면 대형강의 도마에…"'커닝말라'는 말은 공허, 새 방식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챗GPT 등을 이용한 대규모 부정행위 의혹이 불거진 연세대학교에서 또다른 '집단 커닝'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학교 측은 파악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1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세대의 '고전문학과상상력' 강의에서도 집단적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학 커뮤니티 앱 '노크'의 한 채팅방에서 수강생들이 시험 중 서로 답안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노크 채팅방 캡처본에는 유사한 정황이 담겼다. 답안을 문제별로 정리해놓은 듯한 채팅을 비롯해 "문제 답 좀 알려달라", "아까 어떤 분이 00와 00라고 하셨다"는 등의 대화가 오갔다. 한 이용자는 시험을 마친 듯 "조용히 이번 학기 꿀 빨고 빠져나간다"고 했다.
이 수업은 약 200명이 수강하는 비대면 동영상 강의로 절대평가다. 평가는 출석 50점, 퀴즈 30점, 중간·기말 각 10점으로 구성됐는데, 퀴즈와 시험은 비대면·오픈북으로 진행된다. 시험 중 교재 등을 참고해도 되지만, 일부 수강생은 이마저 건너뛰고 답안 공유 부정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강의평가에도 이런 정황에 부합하는 후기들이 적지 않게 확인됐다. 한 지난 학기 수강자는 "이것만 한 꿀강(꿀 강의) 본 적 없다"며 "채팅방만 보고 평소에 강의 듣지도 않고 A+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수강자는 "출석도 동영상 강의 3개 한 번에 2배속으로 틀어두면 20분 내외다. 퀴즈랑 중간 기말도 노크에서 다 풀어준다. 5점짜리 엑스트라 토론도 GPT면 다 한다"고 했다. "시험 퀴즈는 노크에서 답 다 알려줘서 에이쁠(A+) 못 받아 가면 바보"라는 수강 후기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수업이 그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돼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의 경우 매번 문항을 새롭고 다양하게 출제하고 시간 내에 풀도록 하기에 부정행위가 있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잇따른 부정행위 논란은 코로나19 국면 이후 확산한 비대면 강의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교수의 적절한 관리·감독이 쉽지 않은 만큼 학생들도 유혹에 빠지기 쉽고, 대중화된 AI가 이를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논란의 불씨를 쏘아 올린 연세대의 '자연어(NLP) 처리와 챗지피티'는 약 600명이, 고려대의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는 1천400여명이 비대면으로 수강한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은 "시대변화에 맞게 숙제 할당이나 시험 채점 등 방식도 새로워져야 하는데, 교수가 옛 방식을 고집하다 보면 일종의 '세대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단순히 '커닝하지 말라, 정직하게 하라'는 말은 공허한 메시지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 관계자는 "향후 (대응 등) 방향성을 얘기하기는 아직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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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