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견고했던 홍명보호 골키퍼 구도에 균열이 오는 모습이다.
그간 홍명보호는 '빛현우' 조현우(울산) 천하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 하에서 김승규(FC도쿄)에 밀려 '넘버2'였던 조현우는 홍 감독 부임 후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K리그 최고의 골키퍼' 조현우는 그간의 울분을 토해내듯 매경기 선방쇼를 펼쳤다. 조현우는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을 제외하고, 2026년 북중미월드컵 3차예선 9경기에 나서 7골을 허용했다. 김승규가 두차례나 십자인대 파열로 그라운드를 떠나며, 조현우는 확고한 '넘버1' 지위를 다졌다. 이창근(대전) 김동헌(인천) 김경민(광주) 등이 번갈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무도 조현우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북중미행을 확정지은 후 본격적인 본선 준비에 나선 9월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승규와 송범근(전북)이 복귀하며, 다시 '삼두마차' 체제가 됐다. 김승규는 부상을 딛고 일어섰고, 송범근은 올 시즌을 앞두고 돌아온 전북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과시하며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홍 감독은 조현우와 김승규의 주전 경쟁을 본격화했다. 9월 A매치 미국전(2대0 승)에서는 조현우가, 멕시코전(2대2 무)에서는 김승규가 골문을 지켰다. 10월 A매치 브라질전(0대5 패)에서는 조현우가, 파라과이전(2대0 승)에서는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김승규는 오랜만에 대표팀 복귀였음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빌드업 능력도 여전했다.
홍 감독은 11월 A매치에서 파격 선택을 내렸다. 조현우를 단 1분도 기용하지 않았다. 14일 볼리비아전(2대0 승)에는 김승규가 나섰다. 김승규는 2경기 연속 출전에, 2경기 연속 '클린시트(무실점)'를 기록했다.
조현우가 나설 것으로 보였던 18일 가나와의 경기(1대0 승)에서는 '넘버3' 송범근이 기회를 얻었다. 2002년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홍콩전(3대0 승)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송범근은 무려 40개월 만에 두번째 A매치 경기에 나섰다. 송범근은 딱부러지는 활약으로 무실점 경기를 이끌어냈다.
홍 감독은 송범근의 활약에 "굉장히 잘 했다. 소속팀에서 보여준 모습이 대표팀에서도 나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범근은 "전날 감독님께서 선발 출전을 통보하셨다. 듣는 순간부터 잘 해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며 "아직 내가 부족하다, 더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다보니 기회가 왔다. 골을 안먹은 것은 만족스럽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골키퍼들의 맹활약 속 홍명보호는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골키퍼는 단 한명, 경기장에 나설 수 있다. 조현우 김승규 송범근 모두 스타일이 다를 뿐, 기량에 큰 차이가 없는만큼, 주전 경쟁은 본선 직전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누가 더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지가 결국 관건이다. 누가 주전이 됐든, 골키퍼는 홍명보호의 가장 든든한 포지션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