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최악의 상황에서 '베스트 시나리오'를 썼다. 대한민국 남자 농구 A대표팀이 3년여 만에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전희철 서울 SK 감독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은 대한민국 농구 A대표팀은 28일(이하 한국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7년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 B조 1차전에서 80대76으로 이겼다. 한국은 2022년 7월 아시아컵 조별리그 경기 이후 3년 4개월여 만에 중국을 꺾었다. 중국전 2연패도 끊어냈다.
한국은 2019년(32개국 중 26위) 이후 8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는 16개 팀이 4개 조로 나눠 경쟁한다. 1라운드에서 각 조 1∼3위에 오른 총 12개 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다. 한국은 일본-중국-대만과 B조에 묶였다. 2라운드에서는 12개국이 2개 조로 나눠 각 조 1∼3위, 4위 팀 중 성적이 좋은 1개국이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갖는다.
경기 전 상황은 좋지 않았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최근 남자농구 대표팀 지도자 공개 모집을 진행했다. 하지만 적합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 그 결과 11월 A매치는 전희철 감독 대행-조상현 코치 대행 체제로 치르게 됐다. 부상 변수도 겹쳤다. 유기상(LG)이 허벅지 부상으로 소집에서 제외됐다. 소집 훈련 직전엔 송교창과 최준용(이상 부산 KCC)이 연달아 부상으로 이탈했다.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중국은 FIBA 랭킹 27위로 한국(56위)보다 높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도 15승36패로 열세였다. 여기에 중국엔 저우치(2m12), 쩡판보(2m7) 등 2m 넘는 선수가 포진해 있었다.
설마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중국에 분위기를 내줬다. 실책을 범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안영준(SK) 이정현(고양 소노)의 공격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하윤기(수원 KT) 이승현(울산 현대모비스)의 골밑 장악력도 빛났다. 무엇보다 '에이스' 이현중(나가사키)이 뜨거운 손끝을 자랑했다. 그는 이날 3점 슛 9개를 포함해 33득점-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새 기록이다. FIB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현중이 월드컵 예선 3점슛 기록을 경신했다. 그는 조심해야 할 아시아 톱스타를 별명에 걸맞은 모습을 보였다. 중국을 상대로 3점슛 9개를 성공했다. 월드컵 예선 역대 단일 경기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했다. 종전 기록은 존 젠킨스(미국) 등 7명이 기록한 8개였다. 한국은 4쿼터 상대에 추격을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집념의 리바운드로 승리를 지켜냈다.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 12월 1일 원주 DB프로미 아레나에서 중국과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내친김에 중국전 2연승에 도전한다. 이번에도 이기면 홈에서 12년 만에 중국전 승리를 기록한다. 한국은 2013년 5월 인천에서 치러진 동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중국을 이긴 바 있다. 당시 한국은 3개월 뒤 필리핀에서 열린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현 아시아컵) 예선 1차전에서도 중국을 물리쳐 2연승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다. 중국은 부상으로 1차전에 나서지 않았던 자오루이(1m96) 투입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 감독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들이 중국을 상대로 준비한 부분들을 공수에서 잘 소화해줬다. 다만, 4쿼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1차전을 다시 분석하고 인사이드에 대한 수비 집중력을 더 높여야 할 것 같다. 4쿼터에 3점슛을 순간적으로 많이 허용한 부분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중도 "4쿼터에 나오선 안 될 범실이 많았다. 안일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준비해서 2차전을 이겨야 진짜 설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회복 잘 해서 원주에서도 꼭 승리하겠다"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