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호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와, 양의지 희생번트를 보다니.
두산 베어스의 자체 청백전이 열린 18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구장. 두 번째 경기였다. 16일 첫 번째 경기에서는 양석환이 이끈 백팀이 2대0으로 승리했다. 리더 양석환이 결승 투런포를 쳤다. 팀 캡틴이자 청팀 리더였던 양의지는 백팀 후배들이 MVP 상금을 가져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2차전 승리의 결의를 다진 청팀. 1회초 시작하자마자 선두 김민석이 백팀 선발 이영하로부터 선두타자 초구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 홈런에 흔들린 이영하는 이유찬에게 볼넷, 오명진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진 무사 1, 2루 찬스. 타석에는 4번 양의지.
그런데 이게 웬일. 천하의 양의지가 초구에 번트를 댔다. 조금 강하게 맞았지만, 양의지가 번트를 댈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대 내야가 대처를 하지 못했고, 안전하게 주자들이 2, 3루에서 살았다. 그리고 안재석의 내야 강한 땅볼이 나오며 추가점을 만들었다.
김원형 감독과 경기를 지켜보던 홍원기 수석코치는 도대체 무슨 일이냐는 듯 양의지쪽으로 찾아가 상황을 확인해 웃음을 선사했다. 양의지는 모두가 인정하는 KBO리그 거포 포수다. 지난해 517타석에 들어서며 153안타를 쳤고 그 중 20개 홈런이었다. 잘 쳐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일단 번트를 대본 적이 거의 없으니 양의지에게 번트를 시키는 감독도 없다. 실제 지난해 양의지의 희생번트는 0개다.
그 양의지가 갑작스럽게 '기습 희생 번트'를 댔으니 이건 도루하는 것보다 진귀한 장면이었다. 지난해 도루는 4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양의지의 열정이 후배들을 타오르게 했을까. 2-3으로 역전을 당했던 청팀은 4회 박계범의 결승 2타점 안타로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박계범은 "첫 청백전 패배를 설욕해 기쁘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양의지 선배님께서 번트를 하실 정도로 우리 모두 승리가 간절했다. 물론 동료들과 재밌는 경기를 펼쳐 기분이 좋은 게 더 크다"고 밝혔다.
자체 청백전부터 승리에 대한 열의를 불태운 두산 선수단. 이어지는 일본 미야자키 2차 실전 캠프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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