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그 경기는 기대치를 충족했다. 그리고 미국인들도 그 순간을 만끽했다.'
미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에서 우승 0순위 후보로 평가받은 도미니카공화국(DR)을 2대1로 물리치자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이 내놓은 논평이다.
그러나 이날 준결승은 최악의 스트라이크 판정 오류로 얼룩졌다. 스코어가 말해주 듯 팽팽한 접전이었던 것은 맞으나, 명승부는 아니었다. 구심이 미국에 유리한 콜을 하는 바람에 DR은 중요한 순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WBC 주최측이나 다름없는 메이저리그(MLB) 산하의 MLB.com도 이를 지적했다.
미국은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선발 폴 스킨스의 역투와 불펜진의 호투를 내세워 DR을 한 점차로 눌렀다. 미국은 17일 이탈리아와 베네수엘라간 준결승 승자와 18일 오전 9시 같은 장소에서 대망의 결승을 벌인다.
DR이 2회말 주니어 카미네로의 솔로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았지만, 미국은 4회초 거나 헨더슨의 솔로포, 로만 앤서니의 솔로포로 단번에 동점과 역전을 이룬 뒤 마운드가 추가 실점을 막고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거뒀다. 미국 입장에선 극적이었지만, DR은 억울했다.
좀처럼 성격을 드러내지 않는 DR의 간판 후안 소토가 스트라이크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앞선 세 타석에서 2루수 땅볼, 우익수 플라이, 병살타를 치며 마음을 졸인 소토는 1-2로 뒤진 8회말 선두타자로 들어가 루킹 삼진을 당한 뒤 코리 블레이저 구심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볼카운트 1B2S에서 미국 우완 개럿 위트락이 던진 4구째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떨어졌음에도 블레이저 구심이 삼진 모션을 취하자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
MLB.com 문자 중계인 게임데이의 투구 그래픽과 TV 중계 화면에 나타난 투구 분석에서 모두 해당 공은 스트라이크존 아래 라인보다 훨씬 낮은 코스를 관통했다.
1점차의 승부가 이어지던 9회말 2사후 헤랄도 페르도모도 똑같은 코스의 공에 똑같이 당했다. 미국 마무리 메이슨 밀러가 풀카운트에서 던진 8구째 89마일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아래 경계선 밑으로 들어갔음에도 블레이저 구심은 가볍게 삼진콜을 선언했다.
미국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가 세리머니를 즐기는 동안 DR 더그아웃은 불만 가득한 목소리와 제스처가 쏟아져 나왔다.
소토와 페르도모 둘이 당한 결정구 모두 누가 봐도 볼인 낮은 공이었다. 존을 살짝 벗어난 것이라면 이런 논란도 일어나지 않는다.
MLB.com은 '페르도모가 당한 마지막 공은 슬라이더였는데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지나갔다. 그런데 삼진이 됐다'며 '올해 메이저리그가 도입하는 ABS 챌린지 시스템은 이번 대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만약 ABS 챌린지가 있었다면 DR이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오심을 인정했다.
마크 데로사 미국 감독은 "아주 높은 수준의 멋진 야구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MLB.com은 '높은 수준이었지만 득점은 적었다. 실력이 좋은 강한 타자들이 즐비한 양팀 라인업 치고는 득점이 너무 적었다'며 '하지만 좋은 피칭이 모아져 흥미를 자아냈다. 스킨스는 DR의 강타선을 맞아 그들이 홍보한대로 4⅓이닝 1실점했고, 볼넷 없이 삼진 2개를 잡아내며 호투했다'고 평가했다.
앨버트 푸홀스 DR 감독은 "엄청난 팀들 간에 벌어진 엄청난 경기였다"면서도 "경기가 끝난 방식에 대해선 실망이다. 그러나 그 무엇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우리를 위한 것(판정)은 아니었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WBC 심판진은 모두 메이저리그 또는 마이너리그 심판원들로 구성된다. 이날 논란의 중심에 선 블레이저 구심은 올해 44세로 메이저리그 13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콜로라도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아버지의 권유로 15살에 심판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야구 판정과 관련해 30년 세월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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