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디펜딩챔피언' 일본의 허망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탈락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팀으로 꼽히는 이탈리아도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탈리아 스포츠지 가제타델로스포르트는 16일(한국시각) 일본의 WBC 탈락 소식을 전했다.
1896년 창간해 오는 4월 130주년을 맞는 이 신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스포츠신문으로 꼽힌다. 다만 야구 소식이 다뤄지는 건 손에 꼽을 정도. 이탈리아 최고 인기 종목인 축구와 포뮬러1(F1) 소식이 톱을 장식하는 게 일반적이고, 테니스, 농구 등이 뒤를 따른다. 이탈리아가 네덜란드와 함께 유럽 야구 2강팀으로 꼽히지만, 이탈리아 내에서 야구의 존재감은 미미한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WBC를 통해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새. 이탈리아-베네수엘라 이중 국적의 프란시스코 체르벨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이탈리아계 미국인 선수 27명이 로스터에 합류했다. 미국, 도미니카공화국처럼 빅리그 간판급 선수로 꼽을 만한 선수는 없다. 절반 이상이 메이저리그 최저연봉 선수. 때문에 대회 전까지 1라운드 통과 여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1라운드에서 '우승 후보' 미국을 꺾는 대이변을 만드는 등 4전 전승을 거뒀고, 조 1위로 오른 8강에서도 한 수 위로 꼽혔던 푸에르토리코를 격파하면서 WBC 사상 첫 4강 진출의 역사를 썼다.
가제타델로스포르트는 '이탈리아 선수 대부분이 4강에서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속한 일본과 맞붙을 것이라 여겼다'며 '이탈리아가 임페라토레(황제)를 만날 기회를 놓쳤다'고 전했다.
신문은 '대부분의 이탈리아인들은 매우 강력한 야구 대표팀의 존재를 알게 됐지만, 어떻게 그 팀이 생겼고 비결이 뭔지는 모른다. 심지어 WBC가 2006년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이전에도 이탈리아는 WBC에서 이변을 만들고, 유럽선수권에서 호성적도 거뒀으나, 이번 WBC에서 야구종주국 미국을 거의 탈락시킬 뻔하며 승리했다. 그 순간 이탈리아인들은 야구가 얼마나 아름답고 짜릿한 지 알게 됐다'고 촌평했다.
이탈리아 현지 일각에선 WBC 대표팀 구성 대부분이 미국 이민자로 구성된 만큼 '진짜 이탈리아팀'이 아니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하이에 대해 가제타델로스포르트는 '엄연히 말하면 그렇다. 그들이 대서양 건너편에서 태어나 배우고 오랜기간 해온 야구는 더욱 그렇다. 야구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포츠도 아니다'며 '하지만 야구로 미국을 이긴 건 럭비 (종주국) 영국전에서 승리한 것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선수들이 비록 이탈리아 여권을 갖고 있지 않아도, 자신의 뿌리에 기반해 이탈리아 대표팀을 선택했기에 이탈리아인'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감정도 고조되는 눈치. 비니 파스콴티노(캔자스시티 로열스)는 "파스콴티노라는 이름의 의미, 내 가족을 위해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며 "내 할아버지는 매주 일요일 점심 때마다 이탈리아 이야기를 하셨다. 지금은 매일 전화로 이탈리아 이야기를 하신다. 팀 메이트들과 나누는 대화, 이탈리아 단어 하나까지 모두 알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가제타델로스포르트는 '선수들은 대회 참가를 위해 피닉스에서 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콘테파르티로(Con te Partiro, 영어명 Time to say good-bye, 유명 이탈리아 가요)를 틀어놓고 모두 따라 불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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