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뉴욕 메츠간 시즌 3차전.
샌프란시스코는 0-9로 크게 뒤진 9회초 투수를 크리스티안 코스로 교체했다. 그는 2루와 3루, 유격수를 모두 볼 수 있는 유틸리티 내야수다. 샌프란시스코는 승부가 크게 기울어 굳이 투수를 낼 필요가 없었다. 코스는 작년에도 4경기나 등판한 경력이 있다. 코스는 브렛 베이티, 마크 비엔토스, 타이론 테일러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1이닝을 가볍게 마무리했다.
이처럼 야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런데 이날 메츠전은 샌프란시스코의 시즌 9번째 경기로 코스는 아직 시즌 첫 타석도 소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즉 유틸리티 내야수가 시즌 첫 타석보다 첫 등판을 먼저 한 것이다. 매우 이례적이다.
초짜 사령탑인 토니 바이텔로 샌프란시스코 감독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샌프란시스코는 7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4대6으로 역전패를 당하며 4연패의 늪에 빠졌다. 3승8패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최하위다. 바이텔로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벤치 멤버들을 거의 쓰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룬다.
샌프란시스코 야수 13명 중 타석에 한 번도 서지 않은 선수는 코스와 외야수 재러드 올리바 2명이다. 또다른 백업 요원인 포수 다니엘 수색은 4타석을 소화했고, 1루를 플래툰으로 보고 있는 케이시 슈미트와 예라르 엔카나시온은 각각 2경기, 7경기에 선발출전했다.
주전 포수 패트릭 베일리가 10경기에 선발출전했고, 나머지 7명의 야수는 이날까지 11경기를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11경기를 모두 뛴 선수는 3루수 맷 채프먼, 좌익수 엘리엇 라모스, 우익수 이정후, 지명타자 라파엘 데버스 등 4명이다. 이들은 대타, 대주자, 대수비로 교체된 적이 아직 한 번도 없다는 뜻이다.
바이텔로 감독이 대타 작전을 쓴 것은 지금까지 딱 한 번 뿐이다. 지난 2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엔카나시온이 7회초 패트릭 베일리의 대타로 출전해 2루수 땅볼로 물러난 것이 샌프란시스코의 올시즌 유일한 대타 기록이다.
이처럼 벤치 요원들을 잘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바이텔로 감독은 "현재 우리가 시즌을 치르는 상황에서 벤치 멤버들은 꾸준히 타석에 서지 않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가급적이면 주전들을 경기를 끝까지 뛰게 할 것이라는 얘기다. 바이텔로 감독은 벤치 멤버들을 쓸 상황이 별로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도 했다.
테네시대에서 칼리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바이텔로 감독은 프로 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이 메이저리그 구단 지휘봉을 잡은 역사상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경기를 이기는 것 말고는 라인업에 대한 별다른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오로지 주전들을 경기 끝까지 믿고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전략이고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이다. 올바른 방향일까. 시즌 초에 바이텔로 감독의 철학과 방향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팀 공격 지표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이날 현재 게임당 평균 득점은 2.73점으로 30개팀 중 가장 적다. 팀 홈런(3개), 팀 OPS(0.578)도 각각 꼴찌다. 수비실책은 5번째로 많다. 그런데도 타선과 포지션에 변화를 줄 생각이 전혀 없고 교체 작전을 쓸 생각도 없다.
올시즌 샌프란시스코가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좌-우타자를 맞춤형으로 기용한 비율은 47.5%로 30팀 중 4번째로 낮다. 즉 좌투수에 우타자, 우투수에 좌타자를 내보낸 비율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이 수치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78.1%로 가장 높다. 샌프란시스코도 2023년 이 수치가 62.4%로 톱10에 들었다. 그해 대타 작전은 전체 팀들 중 가장 많은 216번을 썼다. 올해는 20번도 안 쓸 페이스다.
바이텔로 감독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나는 선수들이 열심히 뛴 대가로 무엇보다도 많은 보상을 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것은 뭔가를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다. 선수들은 경기에 나와서 맡은 바 일을 할 수 있으면 된다"고 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지난달 29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1-3으로 뒤진 7회말 2사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상대 투수가 좌완 팀 힐로 교체됐음에도 좌타자 이정후를 대타로 교체하지 않았다. 이정후는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현지 매체들이 벤치에 우타자들이 많은데 대타를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타 생각을 전혀 안했다. 이정후는 우리 선수"라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정후에 대한 믿음도 큰 것으로 해석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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