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12점이라는 넉넉한 득점 지원에도 사령탑의 인내심은 길지 않았다. KIA 이범호 감독은 데뷔 첫 승이 걸린 막내 선발 김태형보다 팀 분위기를 먼저 생각했다.
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경기. KIA 선발 김태형은 경기 초반부터 불안했다. 1회초 2사까지는 순조로웠지만, 최형우에게 볼넷을 내준 뒤 디아즈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이어 구자욱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다.
하지만 형들이 곧바로 나섰다. 1회말 김선빈과 김도영의 연속 볼넷 이후 카스트로와 나성범이 연속 적시타를 터뜨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김태형은 2회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사 이후 이재현에게 볼넷, 김지찬에게 안타, 류지혁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최형우를 땅볼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고, 팬들은 막내 투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마운드 위에서 막내가 버티자 타선은 더욱 힘을 냈다. 2회말 2사 만루에서 카스트로의 싹쓸이 적시타가 터졌고, KIA는 2회에만 6점을 뽑았다. 이어 3회에는 김도영과 나성범이 투런포를 터뜨리며 12-1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김태형에게는 충분한 첫 승 요건이 만들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제구였다.
11점 차 넉넉한 리드에도 김태형은 타자들과 빠르게 승부하지 못했다. 4회 1사 이후 이재현, 김지찬, 류지혁, 최형우에게 4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다시 흔들렸다. 여유 있는 상황에서도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자 이범호 감독의 표정이 굳어졌다.
결정적인 장면은 최형우와 승부였다. 김태형이 던진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투런포로 이어졌다. 점수 차는 여전히 여유가 있었지만, 분위기가 넘어갈 조짐이 보이자 이범호 감독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곧바로 선발 김태형을 내리고 최지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데뷔 첫 승이 걸린 경기였지만, 팀 분위기와 경기 흐름을 지키기 위한 단호한 결정이었다. 전날 경기에서 불펜이 흔들리며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스스로 무너진 김태형은 고개를 떨군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더그아웃에 들어간 뒤에도 말없이 앞에 나와 경기를 지켜봤다.
김태형은 이날 3⅓이닝 9피안타 1피홈런 3사사구 5실점, 투구수 88개를 기록했다. 타선이 3회까지 무려 12점을 지원했지만, 승리 투수 요건인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며 데뷔 첫 승은 또다시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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