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멱살 잡고 끌고 가야 될 선수인데, 스스로 더 작게 만들어요"[인터뷰]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한화의 경기. 2회 2사 만루 KIA 선발 이의리가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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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항상 (이)의리한테 하는 이야기예요. KIA 타이거즈 멱살 잡고 끌고 가야 될 선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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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이동걸 투수코치는 이의리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의리가 5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1⅔이닝 2안타(1홈런) 5볼넷 1사구 3삼진 5실점에 그친 뒤였다.

이 코치는 "왜 같은 문제점이 일어나고 있는지, 본인이 마운드에서 어떤 마음가짐과 생각을 갖고 있고 무엇이 가장 어려운 것인지 들어주려고 했다. 또 어떻게 우리가 방법을 찾아낼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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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가 강판되고 불펜 투수들이 남은 7⅓이닝을 십시일반으로 막은 덕분에 12대7로 이겼으나 이범호 KIA 감독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이 감독은 "의리가 뛰어넘어야 하는 한계점이 있다. 그 한계점을 넘어야 좋은 투수가 된다. 넘어가지 못한다고 하면 다른 방안들도 생각해 봐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직 일요일(10일) 로테이션까지 던져야 할 것 같고, (김)태형이가 타구에 맞아 종아리에 별문제는 없지만 다음 선발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일요일에 의리랑 태형이를 같이 붙이고, 의기라 안 좋을 때는 다른 방안을 생각할 시점이 왔다.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더 활약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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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4사구다. 2021년 1차지명으로 KIA에 입단했을 때부터 안고 있는 불안 요소다. 지금과 같은 제구로는 시속 153㎞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왼손 파이어볼러의 강점을 전혀 살릴 수가 없다.

이의리의 올 시즌 9이닝당 볼넷 수는 8.17에 이른다. 9이닝당 삼진 수는 9.95개다. 모 아니면 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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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는 2024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복귀한 뒤로 더 길을 잃은 듯하다. 지난해 후반기 복귀해 10경기에서 39⅔이닝, 평균자책점 7.94를 기록했다. 올해 성적은 7경기, 25⅓이닝, 평균자책점 8.53이다. 겨우내 반등을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마운드에서 나오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다.

이 코치는 "아무래도 예민한 경향이 있는 선수다 보니까 마운드에서 볼이 들어가기 시작했을 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선수랑 서로 고민하면서 어떻게 다시 준비 기간에 회복해서 나갈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본인이 그런 문제(제구 난조)를 가장 힘들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한화의 경기. 1회 마운드에 오른 KIA 선발 이의리.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05/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한화의 경기. KIA 이의리가 역투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05/

이 코치는 이어 "우선 스트라이크가 들어갈 수 있는 공과 없는 공을 구분하자고 했다. 카운트를 잡을 변화구와 결정구에 대한 구분을 하자고 했다. 모든 상황을 억제할 수는 없다. 볼넷을 안 줘야 되는 게 맞고, 안타를 안 맞아야 되는 게 맞는데 모든 상황을 마운드에서 다 억제하려고 하고 볼넷에 두려움을 갖기 시작하면 마운드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엄청 줄어든다. 1볼이 됐다고 변화구를 선택 못하면 직구로 2볼이 되면 당연히 타자가 직구를 기다리니까. 결국은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본인이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는 행동들을 줄여야 한다. 조금 더 과감한 용기가 필요하고, 본인도 알고 있다. 마운드 내려오면서도 그 문제를 아쉬워했다"고 덧붙였다.

이의리의 구위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 감독은 개막하고 이의리가 더 불안정할 때도 "구위는 1선발보다 좋다"고 했다. 그래서 마운드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게 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코치는 "본인이 가진 능력이 정말 좋다. 연습할 때 의리는 사실 완벽하다. 어떤 코치, 어떤 선수가 봐도 완벽하다고 한다. 결국 마운드 위에 올라갔을 때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공이 나왔을 때 그 순간 대처하는 방법에서 실수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주고 환경을 만들어 줘도 결국 본인이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자꾸 '이겨내야 돼' 하고 말 게 아니라, 이 상황을 박차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의리가 알고 있어야 한다.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는 것만이 아니라 본인이 가진 능력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먼저 알고 나서 그 방법을 믿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KIA는 현재 국내 선발진이 풍부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하위권으로 분류한 결정적 이유다. 확실한 5선발이 없는 상황에서 이의리와 양현종이 어떻게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일찍 2군에서 재정비할 시간을 줬던 마무리투수 정해영과 달리 이의리에게 머리를 식힐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없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 코치는 "의리한테 항상 하는 이야기인데, KIA 타이거즈 멱살을 잡고 끌고 가야 될 선수다. 최근 팔꿈치 수술 이후 계속 부진이 반복되고 있었고, 사실 5일 경기 전까지는 3경기 연속 5이닝을 끌어줬다. 경기하는 방식에 대해서 많이 좋아졌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5일 경기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 나오면서 스스로를 더 작게 만드는 선택들을 많이 했다. 그래서 순간순간 멘탈도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 결국 이제는 본인과 싸움이 아닌 상대 타자와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런 선택을 계속 해야 되는 선수니까.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KIA의 경기. 1회 5실점을 허용한 KIA 이의리.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6.04.23/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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