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테이블세터 정수성과 장기영, 팀 상승세의 숨은 원동력

최종수정 2012-05-10 10:09

◇지난 2일 목동 롯데전에서 7회 투수 앞 번트 안타를 치고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해 세이프되고 있는 정수성.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장기영이 지난 2일 목동 롯데전에서 5회 롯데 선발 송승준을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린 후 덕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야구에는 재미난 용어가 많다.

1, 2번 타자를 뜻하는 '테이블세터'(table setter)도 그 가운데 하나다. '상을 차리는 사람들', 여기에는 3번부터 5번까지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가 타점을 낼 수 있게 출루를 해야 한다는 숙명도 담겨 있다.

그래서 중심타자 못지 않게 테이블세터의 실력이 팀의 성적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이런 면에서 가장 가슴 아픈 팀은 넥센이었다. 전신인 현대를 이어 2008년 창단됐지만 하위권을 맴돌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팀에서 내세울만한 테이블세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는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정수성 장기영으로 이어지는 노장 테이블세터의 분전 덕이다. 9일 LG전에서 4타점을 쓸어담은 4번 타자 박병호, 쐐기 3점포를 쏘아올린 대타 오 윤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 뒤에는 득점 찬스를 부지런히 만든 두 선수의 노력이 있었다.

정수성은 1회 첫 타자로 나와 우중간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장기영 역시 우전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정수성은 박병호의 유격수 땅볼 때 빠른 발을 이용해 결승점을 올리기도 했다. 3회에도 첫 타자인 정수성은 포볼로, 그리고 장기영은 또 다시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3점을 쓸어담을 수 있었던 것은 두 선수의 빠른 발과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 덕분이었다.

넥센 김시진 감독도 시즌 초부터 고심이 컸다.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등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는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다고 자부하지만, 문제는 상을 차려주지 못하면 이들의 공격력은 당연히 반감될 수 밖에 없기 때문. 그래서 시즌 초반에는 장기영과 김민우를 1,2번으로 번갈아 쓰며 조합을 만들어 봤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시즌 11번째 경기부터 정수성을 1번으로, 장기영을 2번으로 거의 고정시키면서부터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이 타순이 고정된 후 5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왼손 타자에다 발이 빠른 이들은 경기 초반부터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불사하며 동료들의 투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최하위에 그쳤고 올 시즌도 하위 전력으로 분류된 넥센이 5할 승부를 하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는 것도 이들의 숨은 공이 크다.

심지어 지난해까지 통산 4홈런에 불과한 장기영은 5월 들어 벌써 3개의 홈런을 쳐냈다. 비록 투수에서 타자로 전환한 선수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컨택 능력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통산 5홈런에 불과한 정수성도 5월에 홈런 1개를 신고했다. 타선이 고정되다보니 안정감 있게 타격을 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김 감독은 9일 LG전이 끝난 후 "두 선수가 좋은 역할을 해줬다. 중심 타선에선 작전을 걸 수 없지만, 이들이 빠른 발과 투지로 제 몫을 하면서 팀에 큰 활력이 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사실 이들의 이름값이나 몸값은 다른 7개 구단과 비교해 많이 떨어진다. 정수성은 15년차, 장기영은 11년차의 고참들이지만 자신들의 야구 커리어에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한 탓이다. 이날 상대한 LG만 해도 1번 박용택은 3억5000만원, 2번 이진영은 무려 5억5000만원을 받는 초특급 선수들이다. 반면 정수성은 4200만원, 장기영은 69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이날 경기 기준으로 해도 8개 구단 테이블세터 가운데 두산 정수빈(9000만원)을 제외하면 모두 억대 연봉을 받는다. 적어도 이날 만큼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다윗이 승리한 셈이다.

떨어지는 지명도를 이들은 한발 더 뛰는 야구로 만회하려 한다. 이들의 출루율에 넥센의 올 시즌 성적이 달렸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이들의 지명도 상승이나 억대 연봉 진입도 여기에 달려 있다 하겠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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