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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발 정재복(31)은 17일 인천 SK전이 마지막 기회라고 봤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나이가 들었다고 예전에 기량이 괜찮았다고 한번 더 던질 기회를 줄 것 같지 않았다. 정재복은 이번 시즌 세차례 선발 등판했지만 1패에 그쳤다. 이번이 4번째였다. 그런 정재복에게 팀의 5할 승률을 사수하겠다는 의지 같은 건 어쩜 사치였다. 그는 오로지 공 하나에 혼을 실어 던졌다. 더이상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하고 싶지 않았다.
정재복은 이번 시즌 지난 3차례 선발 등판에서 만족스런 투구를 못했다. KIA전(4월 15일) 5이닝 2실점, 넥센전(4월 24일) 4이닝 2실점, 삼성전(5월 11일) 4⅓이닝 4실점했다. 문제는 제구력이었다. 원하는 곳에 공을 뿌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 던진 공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SK전에선 달랐다. 정재복은 원하는 곳에 공을 꽂았다. 최고 스피드는 138㎞로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의 구석을 파고든 공에 SK 타선은 제대로 맞추질 못했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까지 다양한 변화구 제구력도 절묘했다. 7회 박재상의 직선타는 유격수 오지환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다.
그는 2010년 11월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통째로 쉬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은 정재복의 부활을 믿었다. 정재복은 2006년 이후 6년 만에 선발 로테이션에 재진입했다.
1999년 LG 2차 드래프트로 프로 데뷔했던 정재복은 지난해까지 통산 29승(38패)20세이브를 기록했다. 한 해 개인 최다승은 2006년 거둔 7승이었다.
정재복은 "고향이 인천인데 오늘 이곳에 살고 있는 부모님이 경기장에 와서 몰래 보고 가셨을 것 같다"면서 "부모님께 잘 해드린 게 없다. 고생만 하셨는데 꼭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재복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