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마무리 봉중근, 그는 매순간 '미라클'을 주문한다

기사입력 2012-05-18 07:22


17일 인천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LG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LG가 1-0으로 앞선 9회 2사 1루에서 마무리로 등판한 LG 봉중근이 팀 승리를 지킨 후 기뻐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봉중근(32·LG)은 최근 자신의 모자에 영어로 '기적(MIRACLE)'이라고 썼다. 모자 챙 안쪽과 왼쪽 전두부에 온 정성을 담아 적었다. 다수의 야구 선수들이 이 처럼 자신의 염원과 생각을 모자에 적곤한다.

LG의 새 마무리 봉중근은 LG에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몇 해전 미국 탬파베이에 일어났던 그런 기적이 우리 LG에도 일어날 것이다"라며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시즌 말미에 4강에 진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탬파베이는 만년 약체로 꼴찌를 밥먹듯했지만 2008년과 2010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2008년에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보스턴을 누르고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기도 했다. 필라델피아에 져 우승하지는 못했다.

이미 봉중근 개인에겐 기적이 일어났다. 그는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일찍 시즌을 접었기 때문에 2011년 성적이 1승2패로 부진했다. 그로 인해 올해 연봉이 3억8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반토막 이상 줄었다. 모두가 봉중근이 이번 시즌 중반 팀 전력에 가세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활 치료에 모든 걸 바쳤던 그는 지난달 마운드로 돌아왔다. 모두 그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봉중근의 '기적 2탄'은 리즈 쇼크로 어쩔 수 없이 탄생했다. 김기태 LG 감독이 뽑아들었던 리즈 마무리 카드는 4월 한달 만에 실패로 끝났다. 제구력에 문제를 드러낸 리즈는 어려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볼넷을 남발해 모두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리즈는 2군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원래 자리인 선발로 돌아왔다. 결국 마무리의 중책은 봉중근에게 돌아갔다.

신일고를 거쳐 미국야구에 진출했다가 2007년부터 LG 유니폼을 입은 그도 마무리는 익숙하지 않은 역할이었다. 주로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봉중근은 지난 1일 잠실 한화전에서 첫 세이브를 올렸다. 그리고 17일 인천 SK전에서 5번째 세이브를 거뒀다. 5번 구원 상황에서 나가 모두 승리를 지켜냈다. 봉중근은 자주 보는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지난 12일 잠실 삼성전에선 1실점했지만 LG는 2대1로 승리했다. 17일 SK전에서도 9회 2사 1루 상황에서 올라 안치용에게 볼넷을 내주며 LG팬들의 애간장을 태웠지만 다음 타자 최 정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봉중근의 몸상태는 아직 100%가 아니다. 공을 맘껏 뿌리지 못해 공 스피드가 주로 140㎞ 초반에 머문다. 삼성 철벽 마무리 오승환 처럼 상대 타자를 찍어누르는 맛은 아직 없다. 제구로 승부하다보니 볼이 많다. 그래서 봉중근의 마무리 투구는 아슬아슬할 때가 많다.

봉중근은 요즘 마운드에서 자주 웃는다. 그는 "마운드에서 진지해야 한다는 걸 안다. 내가 웃는 것은 나를 보고 있는 LG 동료와 코칭스태프에게 애써 여유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라며 "웃고 있어도 내 속은 말할 수 없이 타들어 간 상태다. 가끔 심판의 볼 판정에 어이없어 웃기도 한다"고 했다.

LG팬들은 지난 4월 리즈가 KIA전(4월 13일)과 넥센전(4월 26일)에서 세이브에 실패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LG 선수들도 불안한 뒷마무리로 흔들렸다. 마무리가 던지는 공 하나 하나에 매우 민감해졌다.

봉중근은 요즘 그라운드 안팎에서 웃음을 달고 산다. 그는 힘들어도 항상 표정을 밝게 하려고 애쓴다. 그는 "요즘 야구할 맛 난다. 김기태 감독님이 오시고 팀 분위기가 한 번 해보자는 쪽으로 잡혔다"면서 "팀내 중고참으로 모두에게 믿음을 주는 마무리로 자리잡고 싶다"고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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