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이닝 1실점 김병현, 뭐가 달라졌나

기사입력 2012-06-20 21:53


29승 27패로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과 넥센의 프로야구 경기가 20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넥센 김병현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국무대 첫 승을 올리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요즘 김시진 넥센 감독은 김병현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우리 팀에는 김병현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다소 짜증섞인 반응을 보인다. 김병현 등판을 전후해 포커스가 김병현에만 맞춰지니 그럴만도 하다. 그렇다고 김병현이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와 밴헤켄이 1,2선발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김병현은 6월 14일 KIA전까지 4번 선발 등판해 2패, 평균자책점 6.20을 기록했다. 김시진 감독으로선 메이저리그 출신 김병현의 존재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팀의 간판 선수에게 예우를 해주면서, 동시에 투수진 전체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병현에게 더 관심이 쏠리는 지도 모른다. 김병현이 19일 잠실 두산전에 5번째로 선발 등판했다. 6이닝 4안타 1실점에 국내 첫 승. 여전히 팬들의 머리 속에 각인돼 있는 그 김병현은 아니지만, 이전과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박찬호에 이어 김병현에게도 첫 승을 헌납한 팀이 됐다.

마의 1회를 넘기다

최근 3년 간 소속팀을 갖고 정상적으로 공을 던지지 못한 김병현에 대해 김시진 감독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김병현은 선발등판 이틀전 실시하는 불펜피칭을 오래 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투구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집중적으로 공을 뿌린다. 넥센 관계자에 따르면 1시간 동안 공을 던질 때도 있다고 한다. 완벽한 몸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싶어하는 완벽주의자 김병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넥센의 역투 모습.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이렇게 충분히 연습투구를 했는데도 그동안 김병현은 1회 유독 약했다. 경기 초반 제구력을 잡지 못했다. 앞선 4번의 선발 등판 경기 모두 1회 점수를 내줬다. 두차례 선두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해 어렵게 경기를 끌어갔다.

그러나 19일 두산전에서는 처음으로 세 타자를 범차로 처리, 산뜻하게 출발했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2km.평균 구속은 여전히 130km대 중후반에 머물렀지만 터무니 없는 볼이 없었다. 좌타인 김현수 타석 때 몸쪽에 바짝 붙이는 공이 빠졌던 걸 빼고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서 제구력이 잡혀가고 있는 것이다. 볼이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스트라이크도 가운데로 몰리지 않았다. 싸움닭처럼 칠테면 치라는 식의 야성을 죽이고 차분하게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김병현이 힘을 빼고 제구력에 신경쓰는 게 역력했다"고 했다.

좌타자를 넘었다


보통 언더핸드스로 투수는 좌타자에 약하다. 이전 경기까지 김병현은 우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2할3푼7리를 기록했는데, 좌타자에게는 3할1푼7리로 약했다. 좌타자 몸쪽에 공을 붙이다가 사구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제구력이 안정을 찾으면서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이날 두산 1~3번은 모두 좌타자였는데, 김병현은 1회 이 세 명을 모두 내야 땅볼로 잡았다. 2번 이종옥에서 두번째 타석에서 중전안타, 세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내줬으나, 3번 김현수를 3타수 무안타로 잡았다. 투구수가 80개를 넘어가면서 6회 선두타자인 5번 김재환에게 중월 2루타를 맞았지만, 이전처럼 쉽게 통타를 당하지 않았다. 이날 두산 좌타자 5명은 김병현을 상대로 13타수 2안타 1볼넷에 그쳤다.


병현이 5회 이종욱 타석때 3B2S에서 던진 공이 볼 판정을 받자 아쉬워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양상문 위원은 "직구가 스트라이크존에 몰리지 않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잘 먹히면서 상대를 효과적으로 요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투구수의 벽을 넘어라

이날 김병현의 투구수는 95개이고 올시즌 한 경기 최다 투구수는 지난 14일 KIA전에서 던진 98개다. 문제는 공을 얼마나 많이 던졌느냐가 아니라 위력있게 오래 던지느냐다.

2회 1실점한 후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기를 끌고간 김병현은 투구수가 80개를 넘어가자 공의 위력이 떨어졌다. 5회를 80개의 공으로 마무리한 김병현은 6회 선두타자인 김재환에게 중월 2루타를 맞았다. 펜스 앞까지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이후 세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지만, 두산 타자들이 친 타구는 힘있게 뻗어나갔다. 아직까지 긴 공백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볼 수 없다. 또 등판 이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도 성공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전보다 제구력이 안정적이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4사구는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할 숙제다. 김병현은 이날 볼넷 3개에 사구 1개를 허용했다. 지금까지 선발로 나선 5경기에서 25⅓이닝 동안 무려 25개의 4사구를 내줬다.


잠실=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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