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프로야구 8개구단 사장단의 임시 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제10구단 창단 관련 안건이 논의 되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재벌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일부 구단의 이기주의와 목소리를 높인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이 유보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놓인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처지가 그렇다.
9개 구단 대표가 주축이 된 KBO 이사회가 지난주 10구단 창단을 사실상 무기한 유보하자 야구인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레전드 출신인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6월 21일자 스포츠조선 특별기고를 통해 'KBO 이사회에 김응용 김성근 등 야구원로들이 필요하다'며 비야구인 구단 대표들의 결정을 질타하고, 팬과 야구인들의 열망을 짓밟은 구단 이기주의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양 위원은 9개 구단 사장과 KBO 총재로 구성된 이사회에 김응용 전 삼성 감독과 김성근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 김인식 전 한화 감독 등 일구회와 선수협이 인정하는 야구원로들이 참석해, 비야구인들의 독단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 외에도 많은 야구인들이 10구단 창단에 미온적인 구단들을 비판하고 있다.
선수협도 10구단 창단이 무산되면 7월 21일 예정된 올스타전은 물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불참하겠다고 결정했다. 올스타전 불참자를 제재할 경우에는 정규시즌을 보이콧하겠다고 했다. 야구인들의 전반적인 정서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하지만 한쪽에서 포기를 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치킨게임'을 보는 것 같다. 10구단 창단 반대를 소리 높여 외쳤던 구단들도 쉽게 입장을 바꿀 수는 없는 상황이다. 새 구단 창단 불가 입장을 고수해 온 구단의 입장은 결국 모기업 오너들의 뜻이라고 봐야 한다. 10구단 창단 유보 결정 뒤에 이들 오너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 특권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10구단을 지지하는 야구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19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프로야구 8개구단 사장단의 임시 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제10구단 창단 관련 안건이 논의 되었다. 이사회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롯데 장병수 사장이 야구 규약집을 살피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이런 상황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게 KBO다. 선수협이 당장 올스타전을 보이콧하겠다고 나섰는데, 올스타전은 KBO가 주관하는 행사다. KBO가 나서서 선수들을 설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10구단 창단 무산의 책임은 KBO가 아닌 이사회의 멤버인 일부 재벌구단에 있다. 비판의 칼날이 이들 구단으로 향하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KBO가 타깃이 된 것이다.
사실 KBO가 10구단 창단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9구단 창단이 결정된 순간부터 10구단 창단을 구상했다고 봐야 한다. 프로야구의 위상이 높아지고, 지방자치단체가 구단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대기업까지 창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현 시점이 10구단 창단의 적기라고 본 것이다. 구본능 총재가 10구단 창단에 반대해온 그룹 오너를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을 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노심초사하며 이사회를 준비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한 게 KBO다.
그러나 현재 KBO는 구단들의 협의체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각 구단들은 모기업의 입장과 구단 이익을 따져보고 목소리를 높인다. KBO 총재는 구단 대표와 똑같이 이사회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이사 중 한 명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프로야구의 미래를 바라보고 리그를 이끌어갈 힘이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지금처럼 10구단 창단을 놓고 구단과 선수협이 대립할 때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