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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 팀을 이적했기에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만 앞섰을 뿐 좀처럼 배트에 공이 맞지 않았다.
오히려 '왜 기용을 하냐'는 수근거림이 커졌다.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찰나, 그는 한방을 쳐내며 존재감을 알렸다. 비상의 날갯짓은 결승 홈런과 함께 시작되는 듯 보였다.
넥센 이성열 얘기다. 두산에 뛰던 이성열은 지난 7월9일 오재일과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다. 두산보다는 넥센이 훨씬 남는 장사를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넥센 김시진 감독이나 박흥식 타격코치는 "24홈런은 아무나 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능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이나 박 코치는 "내년 이후를 보고 데려온 선수이다. 선구안에 문제가 있지만 시즌 중 고치기는 힘들다. 믿고 기다리며 기용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마음고생을 해야했다. 코칭스태프가 이 정도니 본인으로선 죽을 맛이었다.
2군에 다녀온 후 첫 경기인 22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 이후 2경기에선 대타로 나섰지만 역시 안타 맛을 보지 못했다. 좌완 김광현이 나섰던 25일 SK전에선 아예 기용되지도 못했다. 그리고 4일만에 선발 출전한 26일 SK전.
1-1로 맞선 6회 무사 1,2루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였던 번트를 실패했다. 결국 헛스윙 삼진. 안타는 커녕 진루타 하나 치지 못한 자책감에 이성열은 고개를 푹 숙이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8회 2사에서 김민성이 볼넷으로 걸어나가자 다시 타석에 섰다.
상대는 언더핸드인 임경완. 대타 기용도 점쳐졌지만 언더에 강한 왼손 타자이기에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다. 워낙 타격감이 좋지 않은 것을 의식했는지 임경완은 카운터를 잡기 위해 가운데 바깥쪽으로 쏠리는 싱커를 던졌다. 그런데 이성열의 방망이가 초구부터 번쩍 돌았다. 힘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기에 그대로 밀어쳤고, 이 공은 좌측 펜스를 훌쩍 넘겼다. 이적 후 첫 홈런이자 두산에서 뛰던 지난 6월1일 삼성전 이후 86일만에 느껴본 짜릿한 손맛이었다.
하지만 경기 후 만난 이성열은 "별 할 말이 있겠냐. 팀이 이겨 기분은 좋다"면서도 썩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3번째 타석에서 진루타를 치지 못해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는데 운 좋게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는 이성열은 "한 경기에서 천국과 지옥을 모두 맛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내년이면 프로 10년차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력을 느낀다. 원초적으로 스윙이 좋지 못한 것 같다. 어쨌든 이적 후 안 맞아서 마음고생을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오늘 홈런을 계기로 팀 승리에 좀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시진 감독은 "다소 늦었지만 이성열이 오늘 비로소 손 맛을 봤으니 앞으로 많이 쳐주길 기대한다"며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