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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서 있으니까 불쌍해 보였나봐요."
한 감독대행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 앞서 자신의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요상한 물건이었다. 얼핏보기엔 퉁소같은 악기이거나 사랑의 몽둥이처럼 생겼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알고보니 'ㄱ' 모양으로 생긴 대나무 안마봉이었다.
한 감독대행은 "아마 내가 벤치에서 늘 서있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비치니까 주신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달 28일 한대화 감독이 사퇴한 이후 지휘봉을 잡은 한 감독대행은 경기때 감독 의자에 앉지 않고 선 채로 경기를 지휘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감독대행이 감독석에 앉는 것은 부담될 뿐만 아니라 예의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감독대행은 "지휘봉을 잡고 나니까 코치 시절처럼 선수들과 함께 마음 편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수도 없어 운동도 되고 좋다"며 서 있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런 한 감독대행의 모습이 팬들이 보기에는 측은해 보였던 모양이다. 안마봉을 선물한 팬은 3장에 걸쳐 정성스럽게 자필로 쓴 편지까지 곁들여 한 감독대행을 감동하게 했다.
편지 내용을 읽어보니 안마봉 사용법과 효능을 자세하게 설명한 것이었다. 대나무의 특성을 살려 발명 특허까지 받은 이 안마봉은 다리 근육의 마사지 효과는 물론 정력강화, 소화력 향상 등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정도로 요상한 효능을 갖고 있었다.
추측컨대 이 안마봉을 개발한 사업가가 홍보효과를 겸해 한 감독대행에게 기증한 것으로 보였다.
한 감독대행은 편지에 첨부된 메모지에 구입할 수 있는 연락처까지 적힌 것을 보고 껄껄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한 감독은 "이런 희귀한 발명품을 일찍 알았다면 부상없이 선수생활 더 오래 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너스레를 떤 뒤 "선물하신 분의 정성을 생각해서 항상 갖고 다니면서 열심히 두드려야 겠다"고 말했다.
잠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