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고개숙인 류중일, 명장의 길은 멀고 험난하다

기사입력 2012-11-10 09:32


2012 팔도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과 SK의 경기가 3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전 삼성 류중일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0.31/

삼성이 최근 SK를 꺾고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하자 일부 야구팬들은 류중일 감독을 '명장'이라고 까지 불렀다. 하지만 명장이 손가락질받는 건 한순간이다. 삼성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2012년 아시아시리즈 라미고(대만)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타선의 침묵 끝에 0대3으로 완패했다. 국내 챔피언이 안방에서 한수 아래로 봤던 대만 우승팀에 졸전으로 패하자 삼성과 류 감독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다수가 류 감독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너무 방심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결과를 놓고 봤을 때 그렇게 되고 말았다. 삼성은 지난 1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4일부터 경산에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긴 휴식은 아니었다. 당초 계획 보다 하루를 앞당겨 준비하는 열의를 보였다.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으로서 2연패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삼성 선수들의 긴장이 풀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긴 레이스로 심신이 지쳐 있었다. 사실상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맥이 풀렸다. 덕아웃에선 좀 쉬고 싶다는 얘기가 많았다. 누구나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

류중일 감독도 대회 전 요미우리와 결승전에서 붙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삼성과 요미우리는 예선에서 조가 달랐다. 따라서 둘은 예선을 통과해야 결승전에서 우승을 다툴 수 있었다. 삼성은 첫 판에서 라미고에 발목이 잡혔다. 요미우리는 호주 챔피언 퍼스와의 첫 경기에서 초반 고전하다가 후반 제실력을 발휘해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한-일 챔피언의 희비가 엇갈렸다.

류 감독은 준비를 잘 하는 지도자다. 말로는 요미우리전에 초점을 맞추는 듯 했다. 하지만 실제로 라미고와 차이나 스타즈(중국) 경기를 직접 관전하면서 라미고의 경기력을 분석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이미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대만 선수들의 장타력을 알고 있었다. 대만이 한국을 몇 차례 국가대항전에서 발목을 잡았던 걸 잘 안다. 그래서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류 감독은 라미고에 패한 뒤 완봉한 상대 투수 로리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류 감독은 올해로 삼성 사령탑 2년째다. 지난해와 올해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 우승팀 소프트뱅크를 꺾고 아시아 정상에까지 올랐다. 감독 1년차에 3관왕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삼성을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정상에 또 올려놓았다. 승승장구 끝에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맡게 됐다.

이번 라미고전 패배로 삼성은 예선 탈락했다. 요미우리와 싸울 기회를 잃었다. 라미고가 2승으로 결승진출을 확정했다.


류 감독은 패한 후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패배는 그에게 감독 2년 만에 맛본 가장 큰 시련일 수 있다. 한국 대표로 나간 국가대항전격 경기에서 어이없게 졌다.

류 감독은 앞길이 구만리 같은 지도자다. 따라서 이번 패배는 뼈아프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또 그는 내년 3월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의 명예를 걸고 세계 야구 강호들과 싸워야 한다.

안방에서 당한 패배가 쓴 약이 되어야 한다. 단판 승부에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을 것이다. "야구, 모른다"는 이제 너무 많이 들어 식상한 듯 싶은 이 말이 40년 가까이 야구를 한 천하의 류 감독의 가슴에 깊게 남았을 것이다. 진정한 명장이 되기 위해선 졸전 뒤 어떻게 성장하는 지를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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