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현진아, 야구잘하면 영어 못해도 된다"

최종수정 2013-01-08 09:57

류현진이 지난해 11월 14일 LA 다저스와 입단 협상을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공항=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11.14/

메이저리그 통산 394경기에 등판해 54승60패86세이브, 평균자책점 4.42. 넥센 히어로즈 투수 김병현(34)은 박찬호와 함께 한국야구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선구자이다. 199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해 보스턴 레드삭스, 콜로라도 로키스, 플로리다 말린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참 많은 팀을 거쳤다. 김병현은 한국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두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많은 야구팬들의 머릿속에는 김병현이 새미 소사 등 메이저리그 홈런타자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류현진을 보면서, 김병현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10여년 전 김병현이 출발했던 그 길 위에 류현진이 지금 서 있다. 상황은 조금 다르더라도 최고에 도전한다는 점은 똑같다. 김병현은 성균관대를 다니다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류현진은 프로에서 7년 간 경험을 쌓은 후 도전에 나섰다. 2003년의 류현진이 1999년의 김병현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김병현의 눈에 비친 류현진은 어떤 모습일까.

김병현은 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 구단 시무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류현진이 다른 선수를 따라하지 말고 흔들림없이 자기의 것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메이저리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집합소이다. TV 중계방송으로 접했던 빅스타 선수들과 함께 경쟁하고 승부를 펼쳐야 한다. 김병현은 유명 선수들과 함께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선수의 훈련방식이나 볼배합, 투구폼 등을 따라할 수 있다고 했다.

김병현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 우리 선수들은 훈련방법, 그동안 해온 야구 스타일, 체격 등 많은 게 다르다. 그런데도 그쪽 선수를 따라가려하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데뷔 초기에 확실하게 성적을 내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적응기가 길어지면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하나 곁눈질 할 수밖에 없다. 조바심에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은 유혹이 생기게 마련이다. 김병현은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갖고 흔들리지 말고 강점을 최대한 살리라고 조언을 한 것이다.

해외리그 진출을 앞둔 선수가 가장 걱정을 하는 게 다른 언어권 선수들과의 소통문제이다. 언어장벽은 단순한 소통장애를 넘어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류현진 또한 은근히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병현은 농담을 섞어 "야구만 잘 하면 영어를 못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물론,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에 둔 말일 것이다. 프로선수는 결국 인성이나 언어능력이 아닌 실력, 성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성적을 내면 팀 내 위상이 올라가고, 부수적인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다는 설명이다.


성적이 안 나고 언어문제까지 불거지면 외톨이가 될 수가 있다. '아시아에서 온 조용한 녀석' 정도로 취급을 받게 된다. 팀 동료와 잘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성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올시즌 선발 투수로 일찌감치 낙점을 받은 김병현은 9일 동료투수들과 9일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로 출발한다. 본진보다 열흘 정도 먼저 훈련을 시작한다. 이강철 수석코치와 투수 파트 코치진이 동행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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