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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모든 야구팬의 촉각을 곤두세운 사건이 있었다. 바로 2013년 1군 무대에 데뷔하는 NC의 특별지명이었다.
김종호 본인에게도 NC 지명은 '깜짝 뉴스'였다. 사실 2011년 11월 사상 처음 진행된 2차 드래프트 땐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NC는 끝내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날씨가 한창 더운 6월 말쯤이었다. 삼성의 2군 구장이 있는 경산에서 NC와의 홈경기가 열렸다. 평소처럼 강한 햇볕 아래 경기를 준비하던 김종호에게 전준호 NC 작전·주루코치가 다가왔다.
"종호야, 항상 열심히 해라." 전 코치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힌트였다. NC는 빠른 발을 가진 김종호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었다. 비록 삼성의 두터운 야수진에 막혀 '만년 유망주'로 보잘 것 없는 2군 멤버였지만, 잠재력 만큼은 훌륭하다고 봤다. 두산에서 신고선수 신화를 쓴 이종욱처럼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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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인 때 삼성에 지명됐을 땐 그저 '명문팀'이란 생각에 싱글벙글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좌절감을 느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1군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물론 김종호는 2군 선수에서 1군 선수로 넘어가는 몇몇 선수들을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올해 1군 기회도 왔지만, 대주자나 대수비가 전부였다.
22경기서 12타수 3안타로 타율 2할5푼. 그나마 그와 비슷한 '전문 대주자' 강명구가 2군에 내려갔을 때 잠시 그의 역할을 대신한 것 뿐이다. 2사 2루 등 뛸 기회도 아닌 상황에 나가 자신의 장기인 도루도 맘껏 하지 못했다. 한 차례 기회가 와서 한 번 성공시킨 게 전부였다.
김종호는 "사실 작년이 '승부'라고 생각했다. 나이도 있고 하니 이렇게 2군에서 뛰는 것도 길어봐야 1~2년이라고 생각했다. 운동 선수로서 서른이 적은 나이는 아니지 않나"라고 털어놨다. 84년생인 김종호는 2013년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됐다. 그만둘 각오로 뛰었다. 결과는 '역시나'였지만, 그런 그를 시즌 내내 지켜본 김경문 감독과 NC 코칭스태프들이 있었다.
"그래봐야 전부 옛날 얘기죠. 운동장에서 보여드리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훈련이 종료돼 모두 떠난 텅빈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그가 내뱉은 한 마디다. 김경문 감독은 그에게 '1번타자' 역할을 맡길 생각이다. 뛰는 야구를 추구하는 김 감독에게 김종호의 활약은 누구보다 중요하다.
"사실 그전까지는 원망만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하지만 감독님께선 '누가 뭐라고 안 하니 마음 편히 먹어라'라고 하시더라구요. 마음가짐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새 사령탑을 만나 얻은 새로운 기회, 김종호의 야구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