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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27)와 서건창(24) 만큼 바빴던 프로야구 선수가 또 있었을까. 두 사람보다 더 큰 박수를 받고 환한 웃음으로 한해를 마무리한 야구인은 없었을 것 같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 한국시리즈 MVP 이승엽 이상으로 분주 했던 박병호 서건창이다. 프로야구 선수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이 열릴 때마다 둘은 빠짐없이 참석해 수상대에 올랐다. 뛰어난 성적을 낸 특정 선수가 상을 독식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같은 팀 소속의 두 선수가 세트로 상을 쓸어담은 일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선배 박병호이 툭 던진 농담에 후배 서건창이 씩 한 번 웃어주고 만다. 애초부터 둘 모두 농담과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인 것 같다. 서건창은 늘 진하고, 박병호는 좀처럼 실없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애리조나-오키나와로 40여일간 이어지는 스프링캠프의 숙소 룸메이트다. 지난해 전지훈련 때부터 페넌트레이스, 연말 시상식까지 꼭 붙어다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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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시상식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박병호는 지난 12월 28일 모교인 서울 영남중학교 야구부를 찾아 장학금 310만원을 전달했다. 매년 시즌이 끝나면 홈런 1개당 10만원씩 장학금을 쌓았다. 지난 시즌 전까지는 2011년 130만원이 최고였다.
박병호는 "예전에는 돈이 크게 나가지 않았다.(웃음) 기껏해야 몇십만원 수준이었다. 선배들이 출신 학교를 챙기는 걸 보면서 잘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도 후배들에게 모처럼 선배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뿌듯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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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은 한해 성과를 인정받는 영광의 자리. 그런데 상을 받을 때마다 경기에 집중하는 것 못히 않게 힘든 게 있었다. 수상 소감이다.
시상식의 계절 초에는 히어로즈 홍보팀에 조언을 구했다. 서건창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할 얘기가 없더라. 무슨 말을 할 지 틀을 잡아두고 무대에 올라가도 막상 기억이 안나 즉흥적으로 했다. 내려올 때마다 오늘도 똑같은 말을 비슷한 패턴으로 똑같이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박병호도 감사인사를 해야할 주최측 이름을 빼곤 늘 비슷한 수상 소감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영광의 트로피와 상패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있을까. 박병호는 "다 꺼내놓지도 못했다. 집에 진열할 공간이 없다"고 했다. 가장 먼저 탄 정규시즌 MVP와 홈런, 타점, 장타율 1위 트로피 4개는 아파트 거실 장식장에 넣어뒀다. 나머지 7개는 케이스에 담긴 채 방에 놓여 있다.
서울 가양동에 위치한 히어로즈 구단 숙소 방에 신인상 트로피를 보관하고 있던 서건창은 주중 휴식일에 트로피를 광주 본가로 가져갔다.
보통 웬만한 구단의 주전급 선수들은 글러브, 배트를 야구용품사로부터 협찬받는다. 그런데 지난해 박병호는 야구용품을 자비로 사 썼다. 배트의 경우 자신에 맞는 스타일을 미국에 주문해 받아 썼다. 국내 도착이 늦어져 시즌 초반 팀 동료들의 방망이를 빌려 쓰기도 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 글러브, 배트 다 내 돈으로 구입해 사용했다. 홈런을 그렇게 치는데도 스폰서가 안 붙더라"며 입가에 살짝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물론, 박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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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이 끝나고 박병호와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 출신인 부인 이지윤씨는 방송사의 출연섭외를 거절하느라 진땀을 뺐다. 김기영 히어로즈 홍보팀장은 "스포츠전문 케이블 방송은 물론, 공중파 아침 프로그램까지 출연섭외가 이어졌으나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야구선수는 경기장에서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보여주면 된다는 게 박병호의 생각이다. 야구 외적인 일로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걸 싫어한다.
프로선수의 가치는 연봉으로 나타난다. 박병호의 연봉은 6200만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꺼충 뛰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갑자기 야구를 잘 된다고 해서 아내가 특별히 챙겨주는 것도 없다고 했다. 크게 동요하지 않고 한결같은 아내가 편하다고 했다.
2루수인 서건창은 1루수인 박병호에게 "올시즌 송구가 안 좋아도 잘 받아달라"고 했고, 선배는 후배에게 "혹시 힘들 때가 있으면 도와줄테니 내가 힘들 때 후배지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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