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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55)은 최근 아내와 부산 집 근처 식당에 들렀다고 난처한 일을 당했다. 한참 식사를 하고 있는데 이웃집 아저씨 같은 중년의 한 사내가 다가왔다. "롯데 김시진 감독님이시네요. 잘 부탁합니다." 그외에는 별다른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알게 된 사실. 김 감독 내외의 음식값을 방금 전 그 사람이 지불하고 간 것이다. 김 감독은 2007년부터 사령탑을 시작했지만 이렇게 이름도 모르는 팬에게 밥을 얻어 먹은 모양새가 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아내는 김 감독에게 빨리 나가서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라고 재촉했다. 김 감독이 부리나케 뒤쳐나가 식당 주변을 살폈지만 그 팬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천성을 바꿔 '나쁜 남자'가 되겠다는 게 아니다. 그는 "독한 야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승부사를 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김 감독은 승부사가 아니었을까.
그는 "3대0으로 이기고 있어도 쐐기점을 뽑기 위해 한 베이스를 더 가야 한다. 상대가 질리도록 독한 야구를 해야 한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얄밉게 야구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롯데 팬들이 뭘 원하는 지 잘 알고 있다. 롯데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은 1992년이었다.
그렇다고 감독으로서 전횡을 휘두를 생각은 전혀 없다. 김시진이 생각하는 감독의 역할은 전체의 30%다. 팀 승리는 모두의 합작품이라고 본다. 나머지 70%는 선수, 스탭 그리고 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선수 시절 삼성과 롯데에서 투수로 뛰었던 그는 자신의 전공 분야 외에는 코치들에게 일임하다시피 했다. 타격의 경우 박흥식 코치에게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줬다. 최근 모토니시 아치히로 인스트럭터를 초빙, 수비 주루 플레이를 다듬고 있다.
김 감독은 22일 사이판 동계훈련 출발에 앞서 이번 시즌 몇 승이 목표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팀 도루 150개 이상이다"고 말했다. 롯데의 지난해 팀 도루는 119개였다. 김 감독은 넥센 시절 도루 30개(2009년)를 했던 황재균(롯데)에게 30개 이상을 주문했다. 주전 포수 강민호에겐 도루 5개 이상을 요구했다. 그의 한시즌 개인 최다는 4도루(2006년, 2011년)였다. 주장 조성환은 20도루가 올해 목표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