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좋다는 롯데 김시진, '독한 야구'로 변신

최종수정 2013-01-21 09:30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독해져야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55)은 최근 아내와 부산 집 근처 식당에 들렀다고 난처한 일을 당했다. 한참 식사를 하고 있는데 이웃집 아저씨 같은 중년의 한 사내가 다가왔다. "롯데 김시진 감독님이시네요. 잘 부탁합니다." 그외에는 별다른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알게 된 사실. 김 감독 내외의 음식값을 방금 전 그 사람이 지불하고 간 것이다. 김 감독은 2007년부터 사령탑을 시작했지만 이렇게 이름도 모르는 팬에게 밥을 얻어 먹은 모양새가 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아내는 김 감독에게 빨리 나가서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라고 재촉했다. 김 감독이 부리나케 뒤쳐나가 식당 주변을 살폈지만 그 팬을 찾지 못했다.

이 에피소드는 부산의 야구 열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한 단면이다. 부산에선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웬만한 연예인 부럽지 않다는 얘기가 있다. 지난해 11월 5일 롯데 새 사령탑이 된 김 감독은 요즘 스스로에게 새로운 주문을 하고 있다.

그는 "사람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웬만큼 친해지지 않으면 아랫사람한테도 말을 놓지 않는다. 상대가 아무리 얄미워도 자존심을 긁는 자극적인 용어를 피한다. 친절하게 설명을 하려다보니 말수가 많다. 그래서 일부에선 김 감독과 얘기를 하다보면 지루하다는 지적도 한다. 적어도 지난해 넥센 감독 때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김 감독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천성을 바꿔 '나쁜 남자'가 되겠다는 게 아니다. 그는 "독한 야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승부사를 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김 감독은 승부사가 아니었을까.

그는 2007년 김재박 감독으로 현대의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현대는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 운영이 힘들었다. 그후 대기업의 지원이 아닌 투자로 굴러가는 넥센의 감독이 됐다. 당장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운 팀들을 지휘했다. 그는 성적 보다 구단의 미래에 좀더 비중을 뒀다. 그래서 젊은 선수들에게 좀더 많은 기회가 돌아갔다. 결국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을 끝마치지 못하고 넥센과 갈라섰다. 이별을 통보하는 자리에서 김 감독은 그만 하자는 얘기에 구구절절한 변명없이 단번에 받아들였다.

그는 "감독이라면 둘 중 하나는 확실하게 해주어야 한다. 선수를 키우든지 아니면 성적을 내든지"라고 말한다. 롯데로 오면서 김 감독은 "이제 성적을 내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그는 "3대0으로 이기고 있어도 쐐기점을 뽑기 위해 한 베이스를 더 가야 한다. 상대가 질리도록 독한 야구를 해야 한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얄밉게 야구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롯데 팬들이 뭘 원하는 지 잘 알고 있다. 롯데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은 1992년이었다.

그렇다고 감독으로서 전횡을 휘두를 생각은 전혀 없다. 김시진이 생각하는 감독의 역할은 전체의 30%다. 팀 승리는 모두의 합작품이라고 본다. 나머지 70%는 선수, 스탭 그리고 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선수 시절 삼성과 롯데에서 투수로 뛰었던 그는 자신의 전공 분야 외에는 코치들에게 일임하다시피 했다. 타격의 경우 박흥식 코치에게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줬다. 최근 모토니시 아치히로 인스트럭터를 초빙, 수비 주루 플레이를 다듬고 있다.

김 감독은 22일 사이판 동계훈련 출발에 앞서 이번 시즌 몇 승이 목표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팀 도루 150개 이상이다"고 말했다. 롯데의 지난해 팀 도루는 119개였다. 김 감독은 넥센 시절 도루 30개(2009년)를 했던 황재균(롯데)에게 30개 이상을 주문했다. 주전 포수 강민호에겐 도루 5개 이상을 요구했다. 그의 한시즌 개인 최다는 4도루(2006년, 2011년)였다. 주장 조성환은 20도루가 올해 목표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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