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대만야구의 축제현장서 맛본 씁쓸한 승리

최종수정 2013-03-06 00:05

5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 구장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R 대만과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2사 만루서 대타로 나서 외야 플라이로 아웃된 김태균이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3.03.05.

한국이 0-2로 뒤진 5회말 공격. 2사 1루서 이대호가 대만 왕칭밍의 6구째 슬라이더를 통타해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렸다. 2사후라 미리 스타트를 끊은 1루주자 정근우는 2루와 3루를 돌아 필사적으로 홈까지 내달렸다. 대만은 중견수 린저슈엔-2루수 궈이앤원-포수 가오즈강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중계로 정근우를 홈에서 잡았다. 정근우의 슬라이딩한 발이 가오즈강의 블로킹에 막혔다. 5점차 이상 이겨야 하는 한국의 공격 흐름은 여기에서 끊기고 말았다.

이때 본부석 뒤쪽 2층 실내기자실에서 환성과 박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대만 기자들이 승리 혹은 2라운드 진출을 확신했는지 신이 나서 요란을 떤 것이다. 바로 앞 야외 스탠드 기자석에 앉아 있는 한국 기자들을 의식한 듯 제스처가 컸다. 인터컨티넨털구장은 경기 내내 온통 홈팀 대만의 축제 분위기였다. 한국이 8회말 3-2로 역전할 때도 그랬다. 2만여명으로 이뤄진 대만의 응원전은 일사불란했다. 고깔 모양의 응원 도구를 손에 들고 대만 선수들을 연호했다. 대만 타자가 타격을 하거나,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기라도 하면 일제히 고깔 도구를 부딪히며 자극적인 소리로 응원전을 이어갔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나팔소리는 소음이었다. 이날 1루쪽 스탠드에는 한국 응원석이 마련돼 있었다. 420여명의 한국 응원단이 자리를 잡고 조직적인 응원전에 나섰지만, 대만 관중과 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시작부터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대만 팬들의 매너도 견디기 힘들었다. 경기 시작전 한국 응원석에는 대형 태극기가 넓게 뒤덮혔다. 태극기를 향해 고깔을 거꾸로 내려보이는가 하면, 애국가 연주중 야유를 쏟아내는 관중도 보였다.

대만은 단 한 번도 WBC에서 한국을 이겨본 적이 없다. 언제나 국제대회에서는 한국이 무서웠다. 넘고 싶은 상대를 이겨보고 싶은 충동은 홈에서 더욱 커지는 법. 요란을 떨만도 했다. 경기전 대만 유력 일간지 '사과일보'는 한국을 자극하는 그림을 게재한 호외를 발행해 경기장 앞에서 배포했다. 탱크를 탄 대만 선수가 한국 선수를 뭉개고 지나가는 그림이었다. '棒打高麗 往東京(봉타고려 왕동경)'이라고 씌어진 문구는 너무나도 노골적이었다. '몽둥이로 한국을 타도하고 동경에 가자'는 뜻이었다.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다소 위축됐다. 가뜩이나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초반부터 성급한 공격이 이뤄졌다. 수비와 베이스러닝에서도 실수가 나왔다. 상대의 심리전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3회 2사후 이용규가 대만 선발 양야오쉰의 공에 등을 맞은 상황. 이용규는 그를 바라보며 1루로 걸어갔다. 대만 관중의 야유가 쏟아졌다. 양야오쉰이 이용규를 향해 다가오자 1루 덕아웃에서 한국 선수들이 뛰쳐나갈 태세를 취했다. 1루심이 손가락으로 주의를 주자 그제서야 분위기가 진정됐다. 이용규의 사구, 이어진 정근우의 볼넷. 한국이 반전 분위기를 타는가 싶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8회말 이대호의 적시타, 강정호의 투런홈런이 터져 전세를 뒤집는 순간,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의 좌절감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타이중(대만)=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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